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 유상증자 추진을 통해 공격적인 설비 증설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지만 최근의 생산 실적과 가동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5공장과 미국 록빌 시설 등 신규 설비의 가동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캐파 확장 속도와 실제 생산량 사이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가동률이 낮아진 상황 속에서도 수주 잔고는 오히려 줄어드는 중이다. 납품 속도가 신규 수주 증가 속도를 앞서고 있다. 향후 글로벌 수주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확장한 설비가 유휴화되고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실적 늘었지만 캐파 확장 속도 못 미쳐, 5공장·록빌 영향
증권신고서 등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상반기 생산능력은 541배치(Batch)로 전년 동기 502배치 대비 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산실적은 364배치에서 378배치로 3.8% 늘어나는 데 그쳤고 가동률은 72.5%에서 69.9%로 2.6%포인트 하락했다.
장기 추이를 살펴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동률은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80.7%였던 가동률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78.4%, 71.4%로 낮아졌다. 2024년 75.2%로 반등했으나 작년 70.9%로 다시 하락했다.
해당 기간 생산 실적 자체는 367배치에서 733배치로 99.7% 증가했다. 하지만 생산능력의 증가율이 127.3%로 이를 상회했다.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한 캐파 확장 속도를 실제 생산이 따라잡지 못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출처: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권신고서
향후 유상증자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인수하고 계획된 6~8공장 건립 등이 이뤄지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밖에 제3 바이오캠퍼스 건립과 미국 록빌 추가 증설 등도 계획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가동률 하락을 신규 설비의 초기 가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작년 4월 완공한 5공장과 올해 3월 인수한 미국 록빌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해 전체 생산 능력 대비 가동률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금년 하반기 5공장 생산확대와 미국 록빌 생산시설 운영효과까지 더 해질 경우 당사의 생산시설 가동률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캐파 확장 경쟁에 따른 구조적 리스크 인지, 기초체력 자신
결국 현재 남아 있는 수주 잔액과 향후 신규 수주 상황이 공장 가동률과 전체적인 투자 효율을 결정짓게 된다. 상반기 말 수주 잔고는 최소구매물량 기준 99억달러, 원화 약 13조6000억원이다. 작년 말 107억400만달러, 원화 약 15조원 대비 7.3% 줄어들었다. 고객사 제품개발 성공시 예상 수요물량을 기준으로 해도 134억3200만달러에서 125억2600만달러로 6.7% 줄어들었다.
납품액이 수주 증가 속도를 상회한 영향이다. 같은 기간 누적 수주총액은 211억5300만달러에서 216억8900만달러로 2.5% 늘어난 반면 누적 기납품액은 104억4900만달러에서 117억6600만달러로 12.6% 증가했다.
출처: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권신고서
가동률이 과거 대비 낮아진 상태에서도 수주 증가 속도가 생산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규 글로벌 수주가 받쳐지지 않으면 지금의 캐파 확장은 설비 유휴화로 이어지고 고정비 확대에 따른 수익성 악화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캐파 확장 경쟁이 낳을 수 있는 구조적 위험 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증권신고서에서 CDMO 사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선제적 CAPEX 투자를 통한 생산능력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전반의 증설 경쟁이 계속될 경우 시장 전체의 생산능력이 실제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과잉 상태가 발생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외 생산거점 확장에 따른 위험도 같은 맥락이다. 생산 거점 국가별 법·제도 변화나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급격한 침체 등에 따라 해외 생산 거점의 가동률과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동시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러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기초 체력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수주 계약이 통상 5~10년의 장기 계약으로 구성돼 있고 물가연동 및 최소구매물량 보전 조항 등이 포함돼 있어 전 공장이 높은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우수한 품질관리 역량과 제고된 대외신인도, 고객기반 확대를 바탕으로 견조한 수주성과 및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며 "보유한 장기 수주물량과 추가로 증설한 5공장의 생산능력, ADC의약품 전용 공장의 생산능력 등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매출액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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