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보험사가 국내 시장에서 잇따라 발을 빼고 있다. 성장 둔화와 치열한 경쟁, 규제 환경에 부담을 느껴서다. 반면 국내 금융계는 이들이 내놓은 보험사를 인수해 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활용했다. 오렌지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 PCA생명은 국내 자본 아래에서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주요 인수 사례를 점검해 외국계 보험사 M&A가 어떻게 국내 금융사의 보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는지 짚어본다.
미래에셋생명보험의 PCA생명보험 인수는 부족한 사업을 메우는 인수합병(M&A) 형태와는 결이 달랐다. 미래에셋생명이 이미 경쟁력을 갖춘 변액보험에 비슷한 사업 구조의 회사를 더해 주력 영역을 키우는 선택이었다. 합병 이후 운용 자산과 상품 라인업을 함께 확대하면서 기존 강점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PCA생명과의 결합 효과는 수치로 빠르게 드러났다. 통합 직후 변액보험 자산은 10조원대로 커지며 업계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투자형 상품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다듬으면서 인수 자산을 미래에셋생명 특유의 운용 경쟁력으로 연결했다. 보험과 투자를 결합해 보험사를 대형 투자회사로 키우겠다는 미래에셋그룹의 장기 구상도 한층 구체화된 계기가 됐다.
◇새 영역보다 주력 사업 확대, 닮은 포트폴리오 결합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16년 11월 PCA생명 지분 100%를 1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의 초점은 변액보험 경쟁력 강화에 맞춰졌다. 미래에셋생명은 당시 변액보험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은퇴 설계 전문 보험사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래에셋생명 본사. 출처: 미래에셋생명
PCA생명은 영국 푸르덴셜그룹이 국내에서 운영하던 생명보험사로 변액보험에 특화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당시 총자산 5조3000억원 중 변액보험 특별계정이 3조8000억원으로 71.7%에 달했다. 저금리 환경에 일찍 대응해 변액보험 판매에 주력하면서 투자형 상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미래에셋생명도 그룹의 투자 중심 청사진에 따라 변액보험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던 시기였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005년 SK생명 인수로 보험업에 진출한 뒤 자산운용 역량을 보험 상품과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당시 보험사를 장기적으로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은 고수익 대형 투자회사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PCA생명 인수는 이 같은 투자 중심 보험업의 방향성을 강화하는 선택이었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미 변액보험 자산이 5조8000억원을 웃돌 정도로 관련 사업의 체급을 키우고 있었다. PCA생명 합병은 변액보험 자산 확대를 통해 수수료 비즈니스를 강화할 수 있는 거래이기도 했다. 유사한 사업 구조의 PCA생명을 더하면 변액보험 계약과 특별계정, 운용 기반을 한꺼번에 확대할 수 있었다.
외형 확대 효과도 빠르게 가시화됐다. 당시 총자산 27조원대로 생명보험업계 6위였던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을 합치면서 총자산 34조원대로 커졌다. 업계 순위도 5위로 올라섰다. 업계 순위 상승은 부수 효과에 가까웠다. 핵심은 변액보험 계약과 특별계정 자산을 대거 확보해 그룹의 자산운용 역량을 보험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판을 넓혔다는 점이었다.
◇변액 자산에 운용 역량 결합, 사업 모델도 확장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18년 3월 PCA생명과 합병을 마무리하고 통합법인을 출범했다. 통합 작업의 핵심은 PCA생명이 보유한 변액 자산과 상품 기반을 기존 미래에셋생명의 운용 체계 안에 녹여내는 데 있었다. 합병 직후 변액보험 자산은 10조원대로 올라섰고 이후 상품과 운용 체계의 결합 작업이 본격화됐다.
상품 운용의 폭도 넓어졌다. 합병 전 126개 수준이던 변액보험 펀드는 통합 이후 171개 안팎으로 늘었다. 국내외 주식형과 해외채권형 등으로 선택지도 확대했다. PCA의 투자형 상품 기반에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 자산운용 역량을 얹으면서 변액보험을 자산관리 수단으로 키울 수 있는 기반도 두꺼워졌다.
합병 이후 미래에셋생명은 사업 구조 자체도 투자와 운용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21년에는 전속설계사를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옮기는 제판 분리를 단행해 보험상품 개발과 자산운용에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변액보험은 이후에도 초회보험료와 수입보험료에서 업계 선두권을 유지하며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보험 본업에서 확보한 자본을 자기자본투자(PI)와 연결하는 '한국형 버크셔 해서웨이' 전략까지 구체화하고 있다. SK생명과 PCA생명 인수에서부터 이어져 온 변액·운용 육성 흐름이 현재의 투자형 보험사 전환 전략으로 격상하는 모양새다. PCA생명과의 M&A는 그 과정에서 변액보험과 운용 역량을 키우고 미래에셋생명의 사업 모델을 투자·운용 중심으로 한층 선명하게 만든 분기점 중 하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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