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축이 약해진 롯데그룹은 새로운 동력으로 바이오사업을 점찍고 있다. 하지만 캐시카우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신사업을 키우려니 자금을 대는 일이 만만치 않다. 이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게 롯데지주다.
롯데지주는 거느린 계열사가 여럿인 데다, 배당수익의 변동성을 다른 수익원이 보완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꽤 견고한 편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만큼 수익을 크게 늘리기도 어려워 투자부담 감당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롯데지주는 순수 지주사이다 보니 계열사가 사실상 수익원의 전부다. 영업수익을 원천별로 분류하면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경영지원수익과 임대수익 등으로 이뤄졌다. 특히 배당수익이 핵심인데, 전체 영업수익의 40~50% 안팎을 지탱하고 있다.
이 배당수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곳이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이다. 합산해서 롯데지주 배당수익의 60~70%를 두 회사가 감당한다. 특히 그룹 자금줄이였던 롯데케미칼은 2019년(지급일 기준)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606억원을 롯데지주에 가져다 줬다.
하지만 업황 악화로 롯데케미칼 차입금이 10조원을 넘긴 와중에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계속 유지하긴 무리가 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이 지주에 지급한 배당금은 2022년 728억원에서 지난해 307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올해는 379억원으로 소폭 늘긴 했으나 여전히 예년만 못했다.
롯데지주에 들어온 배당수익이 2019년 2250억원을 넘었다가 지난해 1043억원, 올해 1217억원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에 비하면 잉여현금흐름이 양호한 롯데쇼핑이 300억원대에서 400억원대로 배당을 늘렸고,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도 조금씩 배당을 올렸지만 롯데케미칼의 부진을 만회하긴 충분치 않았다.
배당수입 감소로 생긴 공백을 롯데지주는 교육수익으로 일부 메웠다. 롯데웰푸드의 인재개발원 사업을 2022년 인수해 매해 교육수익을 수취하고 있다. 연간 340억원 안팎이니 최근 롯데케미칼에서 받은 배당금과 비슷한 규모다.
또 상표권사용수익이 늘어난 덕분에 올해 롯데지주의 전체 영업수익은 상당폭 개선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로부터 통 큰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마당에 수익이 아주 의미 있게 확대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뿐만 아니라 롯데지주의 현금흐름을 보면 배당수익 대부분을 다시 배당으로 유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순이익에서 운전자본변동분을 가감하고 조정을 거치면 영업현금 대부분을 배당수익이 채우는데, 이 돈이 다시 주주환원으로 나간다. 2022년(지급일 기준)부터 3년째 매년 1073억원을 배당 중이다.
문제는 배당을 하고 나면 잉여현금은 바닥나는데, 대규모 지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계열사를 지원하느라 2020년 이후 5년간 출자한 금액만 1조8311억원이다. 올 9월 말 기준 총차입금이 4조원에 가깝게 뛰었기 때문에 빚을 더 늘리긴 부담이 무겁다.
특히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들어간 실탄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롯데지주는 2022년 104억원을 들여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으며 그 뒤 작년까지 유증을 통해 3385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올해 역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건설자금으로 1200억원을 더 줬다.
앞으로도 바이오사업에 대한 지원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바이오캠퍼스 구축을 위해 2030년까지 4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목표 타임라인을 보면 2027년 1공장 가동과 함께 2공장을 짓기 시작하고, 2029년을 전후해 3공장을 착공한다. 2031년 3공장을 가동해 2034년에 세 공장의 가동을 안정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 자금을 증자와 차입으로 조달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가 각각 지분 80%, 20%를 보유 중이다. 만약 증자가 진행될 경우 롯데지주가 가장 큰 부담을 져야 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공장을 순차 가동하면서 그 기반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필요한 차입을 진행하고, IPO(기업공개)를 통해 외부자금을 끌어올 예정"이라며 "롯데지주가 지원해야 하는 규모는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재무적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전략을 조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