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사업구조 재편에 적극 나서면서 올 들어 재무상태가 개선됐다. 알짜 계열사 및 자산 매각으로 순차입금이 3년 만에 1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SK㈜ 배당금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계열사들이 연이어 리밸런싱 대상에 올라 올해 지주부문의 매출 감소는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SK㈜ 별도 순차입금 8조, 스페셜티 매각대금 2.6조 유입 영향 SK㈜가 최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의 지난 3월 말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8조1074억원이다. 작년 말(10조5260억원) 대비 23% 줄어든 수치다. SK㈜의 순차입금이 10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22년 2분기 말 이후 약 3년 만이다.
지난 3월 31일 산업용 특수가스 자회사 SK스페셜티 지분 85%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딜이 완료되면서 2조6000억원의 처분이익이 발생한 영향이다. 이에 SK㈜의 별도 현금성자산은 작년 말 5157억원에서 올 1분기 말 2조457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SK㈜가 2023년부터 핵심 경영 목표로 내세운 재무구조 안정화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작년 말 각각 80%, 40%를 넘어섰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올 1분기 말 79%, 36.3%로 낮아졌다.
SK㈜는 SK C&C(현 SK AX)와 합병해 통합 지주회사로 출발한 2015년만 해도 순차입금이 5조7000억원 수준이었으나 2017년 투자형 지주회사로 변신을 선언한 이후 신규 투자를 급격히 늘리면서 빚 부담이 커졌다. 2019년 말 7조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2022년 말 11조235억원으로 정점에 올랐는데, 2021년부터 바이오·친환경·디지털·첨단소재 4대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영향이 컸다.
SK㈜는 오는 2분기에 재무구조를 더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 이사회는 지난 12일 최근 판교 데이터센터를 SK브로드밴드에 양도하는 안을 결의했다. 데이터센터 자산과 영업권 일체를 넘기는 거래로 양도가액은 5068억원이다. 거래 종료 일자는 다음달 30일이다. SK㈜는 매각대금의 용처를 밝히지 않았으나 차입금 축소에 상당 부분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국내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SK실트론 지분 매각도 타진하고 있다. SK㈜가 직접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은 51%다. 49%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 각각 설립한 유동화 특수목적법인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19.4%는 SK㈜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묶여있다.
나머지 29.4%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TSR 계약을 통해 보유하고 있다. 즉, SK㈜의 실질적인 SK실트론 지분은 70.6%인 셈이다. 사모펀드에 매각하려는 건 이 지분이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으로 인한 재산분할 이슈로 현재 처분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앞서 중국 동박업체 왓슨 지분 매각, 미국 수소연료전지 제조사 플러그파워 지분 매각 등을 타진해왔으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친환경 에너지 시장 성장 지연 등으로 매각 작업이 여의치 않자, 인수합병 (M&A) 시장에서 주목도가 높은 알짜 계열사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SK E&S 이어 머티리얼즈 계열 이탈, 배당수익 축소 불가피 SK㈜는 사업구조 재편으로 재무상태를 개선할 수 있었지만 배당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당금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SK E&S가 작년 11월 SK이노베이션에 편입된 데 이어 SK머티리얼즈 계열 회사들도 오는 12월 SK에코플랜트 산하(SK스페셜티는 매각)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SK E&S(현 SK이노베이션 E&S)는 SK㈜ 배당수익에서 적게는 18.1%, 많게는 75.4% 비중을 차지했던 자회사였다. 지난 3년(2022~2024년)간 SK E&S가 SK㈜ 배당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3%였다. 업황에 따라 배당액의 축소·확대를 거듭하긴 했으나 전체 배당규모 자체는 항상 SK텔레콤과 최상위권에 있다. 실제로 SK E&S가 SK이노베이션에 합병되기 직전 해인 2023년에 배당으로 지출한 현금이 7580억원이었는데, 이 중 6822억원(지분 90%)이 SK㈜로 갔다.
SK스페셜티는 2023년과 작년에 각각 1500억원, 600억원을 SK㈜에 배당했다. 또 다른 SK머티리얼즈 계열인 SK트리켐 또한 지난 3년간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SK㈜에 올려보냈다.
배당수익 감소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SK㈜의 올 1분기 배당수익은 1217억원이었다. 전년 동기(6096억원) 대비 80%나 줄었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들어오는 배당금(1689억원) 지난 4월 유입된 점을 감안해도 배당수익은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