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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정기 신용평가 점검

롯데그룹, 연이은 등급 하락…자금조달 입지 '위축'

'부정적' 전망 롯데지주·롯데케미칼, 올해 하락으로 이어져

백승룡 기자  2025-07-09 16:13:15

편집자주

2025년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됐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달까지 업황과 실적을 고려해 신용등급 조정을 마쳤다. 석유화학·건설업을 중심으로 장기화된 업황 부진에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전반적으로 등급 하방 압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벨은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기업과 그룹, 넓게는 산업의 신용등급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롯데그룹이 크레딧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고 또다시 연쇄적인 등급 강등에 처했다. 그룹 핵심 계열회사인 롯데케미칼은 AA-등급으로 하향 조정됐고, 그 여파로 롯데지주는 비우량등급인 A+로 낮아졌다. 수년간 롯데그룹의 무기력한 신용등급 강등이 반복되면서 자금조달 입지도 계속해서 좁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지주·롯데케미칼, 3년 사이 신용등급 두 단계 하락

국내 신용평가사 3사인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신용등급 정기평가에서 일제히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롯데지주는 AA-에서 A+로, 롯데케미칼은 AA0에서 AA-로 각각 낮아졌다. 두 회사는 지난해 정기평가에서 각각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되면서 경고등이 켜진 바 있다. 그럼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등급 강등이 현실화됐다.

롯데케미칼이 수년째 신용등급 하방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해 석유화학 수급환경이 극심한 공급과잉에 처하면서 장기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탓이다. 롯데케미칼 영업손실 규모는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 △2024년 8941억원 등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1분기(1266억원)까지 4년째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그룹 핵심 계열회사인 만큼 롯데지주의 신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롯데지주의 신용도는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 주력 계열사의 신용도를 가중평균한 ‘계열통합 신용도’를 고려해 정해지는데, 이 중에서도 롯데케미칼은 롯데지주 계열 총자산의 43%(3개년 평균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크레딧 리스크는 롯데케미칼이 적자에 빠진 2022년 이후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 2022년 AA+ 등급을 보유하던 롯데케미칼은 현재 AA-로, 롯데지주도 같은기간 AA0에서 A+로 각각 3년 만에 두 단계씩 낮아졌다. 그 사이 △롯데캐피탈(AA-→A+) △롯데하이마트(AA-→A+) △롯데렌탈(AA-→A+) △롯데건설(A+→A0) △코리아세븐(A+→A0) 등도 한 단계씩 등급이 하락했다.


◇회사채 발행시장 입지도 큰 폭 줄어…연내 회사채 만기대응 ‘고심’

일반적으로 신용등급 하락은 악재지만 회사채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해소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등급전망이 ‘부정적’일 때는 기관투자자들이 등급 하락을 우려해 투자를 꺼리는 반면, 오히려 신용등급 하락이 단행된 이후에는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롯데건설의 공모 회사채 발행 사례를 보면 이 또한 해당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났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A+(부정적)에서 A0(안정적)로 낮아진 뒤 회사채 수요예측을 치렀지만 매수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롯데그룹 전반의 크레딧 리스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데 주목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때마다 주장하는 것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이 많아 대응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이라며 “이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정작 부동산 매각에는 소극적이었던 탓에 시장의 우려를 조기에 해소하지 못했고 지속적인 신용등급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등급 하방 압력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여 시장의 투심도 돌아선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올 하반기에도 롯데그룹의 시장성 조달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올 하반기에 롯데지주는 2850억원 규모, 롯데케미칼은 54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어 만기대응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AA급 우량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웰푸드(AA0) △롯데칠성음료(AA0) △롯데쇼핑(AA-) △호텔롯데(AA-) 정도가 그나마 공모채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는 발행사로 꼽힌다.

롯데그룹의 크레딧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공모채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약해지는 추세다. 롯데그룹은 지난 2023년 총 4조원 규모의 공모채를 찍어 SK그룹, LG그룹에 이어 세 번째 빅 이슈어(issuer) 그룹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등의 공모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에는 5위(3조7470억원)로 밀려났고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10위(1조4200억원)로 순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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