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순이익 뿐만 아니라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놓고도 KB금융과 리딩금융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KB금융과의 CET1비율 격차를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 이후 최소 수준으로 줄이면서다. 상반기 CET1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하반기 주주환원 계획도 KB금융 못지 않은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리딩금융 면모를 자랑했다.
계열사 포트폴리오 구성의 불리함을 딛고 KB금융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신한금융의 자본비율 관리 노력이 호평받고 있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과 함께 신한카드를 업계 최상위권 계열사로 내세우고 있다. KB금융에서는 KB손해보험의 존재감이 크다.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측면에선 카드사가 손보사보다 불리한 구조다.
◇CET1비율 격차, 2년9개월 만에 최저 신한금융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CET1비율 13.59%를 기록했다. KB금융와 15bp 차이가 난다. 양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한 이래 가장 적은 CET1비율 차이다. 신한금융이 KB금융의 CET비율을 잠시 앞었던 2022년 9월 이후로는 2년 9개월 만에 최소 격차를 기록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리딩금융 경쟁이 순이익에서 자본비율 관리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기존 리딩금융 경쟁 척도가 순이익이었던 건 은행권이 순이익을 늘리고 자본 축적량을 극대화해 시스템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밸류업이 지상 과제로 떠오르면서 순이익 규모 만큼이나 CET1비율 개선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양사는 줄곧 라이벌로 꼽혔으나 전통적으로 CET1비율에서 만큼은 신한금융이 KB금융에 미치지 못했다. KB금융이 오랜 기간 보통주자본을 착실히 쌓으면서 CET1비율 관리에 유리한 기반을 다졌다. 신한금융은 2020년대 초반 조단위 유상증자로 보통주자본을 대거 확충했음에도 KB금융에는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곤 했다.
2023년 진옥동 회장 체제에 접어들면서 KB금융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2024년과 올 상반기 시중은행 순이익 1위에 오르는 등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RWA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CET1비율 레벨을 높였다. 영업과 재무 조직이 자본비율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합을 맞추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는 평이다.
◇제2 계열사 '카드 vs 손보', 불리한 여건 극복 신한금융이 KB금융과 비교해 CET1비율 관리에 까다로운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탁월한 재무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차이는 손보사 체급이다. KB손해보험은 꾸준히 자본을 축적해 효자 노릇을 하고 있으나 신한EZ손배보험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손보사는 자산을 안전한 상품에 주로 투자해 RWA 부담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덜하다. 효율적 자산 운용으로 확보한 순이익을 자본으로 축적할 수 있다. RWA 대비 순이익 규모를 키워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CET1비율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이러한 이점 없이 KB금융에 근접한 CET1비율을 달성한 것이다.
신한금융에선 신한카드가 CET1비율 관리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카드론을 취급하는 카드사는 대출을 제공하는 은행과 함께 영업에 따른 RWA 증가폭이 큰 계열사로 꼽힌다. 신한카드는 카드업계 최상위권 규모로 다른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에 비해 RWA 규모가 큰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말 기준 45조원으로 KB국민카드보다 14조원가량 많다.
신한은행이 RWA 다이어트에 돌입하면서 KB금융과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 신한은행은 옛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으로 소매금융과 기업금융 분야 양쪽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올 상반기 가계대출이 성장하는 사이 자본비율 관리 차원에서 기업금융 자산을 리밸런싱한 게 RWA 감축과 CET1비율 제고에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