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본비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한 '완성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년간 비은행 주축 계열사로 자리매김한 KB손해보험의 존재가 꾸준한 우상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룹 맏형 격인 KB국민은행도 탄탄한 CET1비율 관리에 일조하고 있다. 은행 계열사는 대출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가중시킨다. 그럼에도 KB국민은행은 타행 대비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RWA 증가에 따른 부담은 적고 자본 축적에는 더 기여할 수 있는 구조다.
◇윤종규·양종희의 큰 그림…CET1 우상향 뒷받침한 LIG손보 인수 KB금융은 지난 2분기 CET1비율 13.74%를 기록했다. 1년 전 13.6%를 기록한 이후 5개 분기 연속으로 13.5%를 웃도는 CET1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13.5%를 초과하는 자본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해 13.5~14% 구간에서 CET1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KB금융의 CET1비율 고공행진 배경에는 높은 비은행 기여도가 자리한다. 상반기 기준으로 부문별 순이익 기여도를 보면 은행 부문이 61%, 비은행 부문이 39%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뿐만 아니라 수년째 순이익의 40%가량을 비은행 부분이 책임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업황 기복에 계 없이 꾸준이 순익을 올리고 자본을 축적시킬 수 있는 것이다.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KB손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KB손보는 KB금융과 다른 금융그룹 간 CET1비율 격차를 벌려주는 비밀병기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이 손보사가 없거나 존재감이 미미한 것과 달리 KB손보는 그룹 순이익의 10~20%를 차지하는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손보사는 CET1비율 제고에 최적화된 재무 구조를 갖고 있다. 대출, 신용공여, 파생상품 등 고위험 자산 비중이 높아 RWA 증가 속도가 빠른 은행이나 증권사와 달리 손보사는 자산 대부분을 국공채, 회사채 같은 안전 자산에 투자한다. 손보사 외형이 커진다 해도 RWA 증가 부담은 덜하고 순이익을 자본으로 축적해 CET1비율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
회계 기준도 은행과 증권에 비해 손보사가 유리하다. 은행과 증권은 BIS(국제결제은행) 기준에 따라 RWA 증가를 인식해야 한다. 손보사의 경우 신지급여력제도(킥스)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는 자산보다는 부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후 지급할 금액을 전부 부채로 인식해 자본 축적 부담이 컸던 기존 방법과 달리 이젠 측정된 리스크에 따라 부채를 덜 인식할 수 있어 RWA 부담이 완화된다.
결과적으로 10여년 전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과 양종희 회장이 그린 큰 그림이 자본비율 경쟁력을 갖춘 KB금융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회장은 2014년 옛 LIG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하면서 손보사 포트폴리오를 추가했다. 양 회장은 지주 전략 담당 임원으로 인수전에서 활약했고 통합 KB손보 초대 대표를 맡은 인물이다. 이들이 업계 최고 수준의 밸류업 프로그램 주춧돌을 마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험가중치 낮은 가계대출 비중 '49%' KB손보의 약진으로 KB국민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 은행 계열사는 금융그룹 실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동시에 대규모 RWA 증가로 CET1관리 난이도를 높이기도 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올 상반기 기업대출 역성장을 감수하며 RWA를 줄인 것도 그룹 CET1비율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은 그룹 내 의존도도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지만 포트폴리오도 CET1비율 관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계대출이 원화 대출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타행 대비 높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가계대출은 올 상반기 181조원으로 전체 원화대출에서 49% 비중을 차지한다.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40%초중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의 경우 150%를 웃도는 위험가중치가 적용되는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15% 수준이다. 중기 대출 위험가중치가 10배 가량 높은 셈인데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중심으로 실적을 관리할 수 있어 타행 대비 유리한 포트폴리오다. 올해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게 자본비율 경쟁력 유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