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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삼국지, HBM 3사의 동상이몽

SK하이닉스 "선도업체가 가격협상력"…삼성전자 "HBM3E, 공급 많아 수익성 축소"

고진영 기자  2025-08-28 08:16:40

편집자주

시장 전체를 '숲'으로 본다면, 시장 속 플레이어들인 개별 기업들은 '나무'입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개별 기업이 숲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창구입니다. CFOs View는 기사 형식으로 담아내기 부족했던 CFO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는 콘텐츠입니다. 금리·환율·제도 등 매크로한 이슈를 비롯해 재무, 인수·합병(M&A), 주가,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CFO들의 발언을 THE CFO가 전달합니다.

Topic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전망과 글로벌 3강의 전략적 대응

Summary

"The more you buy, the more you save. (더 많이 살수록, 더 많은 돈을 아끼게 됩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이 자주 하는 이야깁니다. 스스로 ‘CEO 계산법’이라 부르는데요. 원래는 CPU(중앙처리장치)에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붙여야 작업이 빨라진다는 원리를 설명하려는 말이지만, 여기엔 인공지능(AI) 시대의 경제학이 숨어 있습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AI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건 속도겠죠. 이 한 마디가 HBM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대변합니다. AI 모델이 거대해질수록 칩마다 탑재되는 HBM도 계속 불어나고 있거든요. 비싼 HBM을 사들여 연산속도를 높이면 전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GPU를 쓸어가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HBM 역시 동이 났습니다.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죠.

아무튼 HBM 시장이 왜 이렇게 커지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메모리 장벽(Memory Wall)'이라는 근본적 개념부터 알아야 합니다. 프로세서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반면, 메모리가 데이터를 주는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해서 생기는 병목 현상인데요. 이 지점에서 HBM이 혁명적인 해결책으로 등장하죠.

HBM은 D램을 아파트처럼 쌓아 올리고, 실리콘 관통 전극(Through-Silicon Via, TSV)이라는 미세한 구멍을 통해 연결하는 고난도 기술을 사용합니다. 이 구조는 데이터가 이동하는 경로를 극적으로 단축시킬 뿐 아니라 데이터 전송 폭을 넓혀 기존 메모리와 수준이 다른 전송률을 구현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HBM 시장은 지금 수급이 빡빡한 상태입니다. 우선 AI 칩의 세대교체 속도가 너무 급격해요. 시장의 주력은 이미 HBM3E(5세대)로 넘어왔고요. 엔비디아 최신 AI 칩인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 B100, B200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HBM을 필요로 하거든요. 여기에 AMD와 구글, 아마존처럼 자체 AI칩을 개발하는 빅테크 수요까지 가세하고 있죠.
엔비디아의 블랙웰 아키텍처

더욱이 HBM이라는 금맥을 쥔 기업은 사실상 세계에 3곳뿐입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그리고 마이크론이죠. 또 HBM은 생산 리드타임이 길어 일반 D램보다 1.5~2개월은 더 걸리고요. 업계에선 HBM3E의 안정적 수율을 60~7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네요. 10개를 만들면 3~4개는 버려야 한다는 얘깁니다. 왜 HBM을 달라는대로 만들어주기 힘든지 아시겠죠.

실제로 2024년부터 2025년까지 HBM 시장은 전형적인 공급자 우위의 형태를 띠어 왔습니다. 지난해 HBM 물량은 연초부터 완판됐고 2025년 물량까지 선주문으로 묶여버렸거든요. 이런 수급 불균형은 HBM 사업자들에게 엄청난 수익성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HBM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일반 D램의 5배나 되니까요.

하지만 모든 사이클엔 정점이 있죠.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올해 말 전세계 DR램 생산능력의 19% 남짓이 HBM에 투입된다고 하네요. 제조사들도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늘리는 중이고요. 언젠가 공급과잉이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는 거예요.

시장의 판도 역시 달라지는 중인데요. 마이크론은 2024년 HBM 시장 점유율이 5% 수준이었지만 올해 말엔 20~25%까지 도달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어요. 초기 SK하이닉스 독주하던 HBM 시장이 점차 3사 경쟁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흐름을 의미하죠.

그리고 이제 곧 새로운 게임이 시작됩니다. 2026년이 되면 시장은 HBM4을 중심으로 이동할 테니까요. HBM4는 인터페이스가 1024비트에서 2048비트로 넓어지고, 베이스 다이가 로직 공정 기반으로 제작되는 등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제품일거예요. 물론 그만큼 더 비싸겠죠.

변화의 파고 앞에서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세 회사의 전략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최근 컨퍼런스콜을 보면 SK하이닉스는 시장 선도자의 여유가 묻어납니다. 수요 성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물론이고요, HBM4의 원가 상승 우려를 두고도 가격 협상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려냈죠.

마이크론 역시 못지않게 낙관적인데요. 아주 공격적인 추격자죠. HBM 후발주자였지만 기술력과 절묘한 타이밍 덕분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거든요. 투자도 HBM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공급부족을 기회 삼아 점유율을 빼앗아 오겠다는 열망이 엿보이네요.

반면 삼성전자는 눈에 띄게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의 구조 변화와 미래 경쟁구도를 더 깊이 고민하는 것 같은데요. 판단 착오로 HBM 시장을 놓쳤던 과거의 뼈아픈 실수가 신중함으로 이어진 듯도 하고요. 시장이 과열 경쟁으로 치달아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을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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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

경쟁은 숙명, 선두 사업자가 협상력 가진다

유효 공급자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될 거란 우려가 있지만 메모리 사업을 영위하는 한 경쟁은 숙명이죠. HBM이 중요한 제품으로 대두되면서 메모리 시장은 과거의 퓨어 커머디티(pure commodity) 시장에서 선두 사업자가 일정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시장으로 변모했다고 봅니다. HBM 수요는 매우 견조해졌고, 리딩 사업자로서 고객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얻는 이점도 과거에 비해 훨씬 커졌고요.

산제이 메흐로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CEO

HBM 비트 수요 성장률, 전체 D램 수요 성장률 넘어설 것

우린 HBM 수요가 앞으로 확실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2026년 HBM 비트 수요 성장률은 전체 D램 산업 수요 성장률을 상당히 넘어설 겁니다. 또 내년엔 HBM이 8단에서 12단으로 바뀌고, 훨씬 더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4로의 전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HBM의 전반적 수요에 긍정적 신호죠.

마이크론은 사양에 대한 리더십을 유지할 계획이고 생산능력도 증설하고 있습니다. 우린 HBM을 강력한 성장 기회이자 가치 동력으로 보고 있으며 기대는 계속되고 있죠. 2025년 HBM 물량은 이미 매진됐고요. 고객과도 긴밀히 협력 중입니다.

마크 머피(Mark Murphy) 마이크론 CFO

올해 자본적 지출, 대부분 HBM에 사용

2025년 3분기 마이크론은 가이던스를 웃도는 기록적 매출을 기록했으며, 업계를 선도하는 HBM 생산을 계속 늘렸습니다. 4분기 영업 비용은 약 12억달러로 예상되며, 전 분기보다 늘어난 이유는 미래 기술 노드와 HBM 제품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때문이고요. 2025년 자본 지출도 대부분은 HBM 지원과 시설 건설, 후공정 제조, R&D 투자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

메모리 수요 모멘텀은 계속

메모리의 경우 전 응용처에 걸쳐 수요 모멘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HBM3E와 같은 AI 관련 제품과 고용량 고성능 제품에 적극 대응하겠습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

HBM3E, 공급이 수요 성장 상회…가격에 영향 있을 것

HBM3E 제품은 수요 성장 속도를 상회하는 공급 증가에 따라 수급에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당분간 시장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실제로 하반기 범용 D램의 가격 상승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HBM3E 범용 D램의 수익률 격차는 가파르게 축소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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