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피스홀딩스와의 법인 분할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주가부양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임원진들이 처음으로 주식 매입까지 나서면서 박스권에 갇힌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정책 리스크 등으로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는 수주 실적의 반등과 함께 삼성에피스홀딩스 분할 상장을 통한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 배당 등 주주환원책 가동 시점 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존림·유승호 자기주식 매입에도 0.1% 상승, 수주 규모 감소 흐름 2일 종가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99만7000원을 기록했다. 전일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유승호 CFO 부사장이 처음으로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자기주식을 각각 4억원, 2억원씩 매입했지만 주가는 전일 대비 0.1% 상승하는데 그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장기간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첫 거래일인 1월 2일 93만4000원이었던 주가가 2월 17일 118만5000원까지 상승하면서 약 1달 반만에 26.9%의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이후로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종가 기준 4월 3일 111만3000원에서 4월 4일 106만9000원으로 하락한 이후 5개월 동안 110만원대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6월 말 이후 2달 만에 다시 90만원대로 주가가 내려앉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 관세 리스크 등으로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는 수주 실적의 반등이 최우선돼야 한다.
수주실적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결정 짓는 핵심 요인이다. 특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할 신설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에 승계하고 순수 CDMO 기업으로 변화할 예정이기 때문에 수주 실적에 기업의 미래 성장이 달려 있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상반기 총 3조4000억원의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작년 전체 수주 계약인 5조4000억원의 60% 이상을 달성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수주 계약의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3조4000억원의 계약 중 61%에 해당하는 2조원은 올해 1월 체결한 유럽 소재 제약사와의 계약이다.
이후에도 총 5건의 수주 계약이 발표됐지만 1조원 이상의 대형 계약은 나오지 않고 있고 그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4월 미국 소재 제약사와의 7000억원대 계약 이후 5월 유럽 소재 제약사 계약은 2400억원 규모로 이뤄졌다. 5월과 6월 추가로 체결된 2건의 계약의 금액은 각각 1985억원과 1025억원이다.
가장 최근 이뤄진 유럽 수주 계약은 884억원으로 1000억원에 못 미친다. 작년 7월과 10월, 올해 1월까지 연이어 1조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던 흐름과는 대비된다.
◇EU 의약품 관세로 불확실성 제거 기대, 분할 법인 평가는 엇갈려 수주 환경 변화는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료의약품이나 제네릭 의약품이 아닌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해서는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 방향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빅파마들도 생산 전략에 혼란을 겪고 있다.
한 가지 긍정적인 요인은 최근 EU(유럽연합)산 의약품에 대한 관세가 15%로 결정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의약품 최혜국 대우를 약속 받은 만큼 비슷한 수준의 관세가 예상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환경에 있어 작년과 특별하게 달라진 점은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라며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장 큰 주가 상승 모멘텀인 수주 실적도 회복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추가적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 분할 관련 불확실성도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애초 내달 1일 삼성에피스홀딩스를 분할할 예정이었으나 11월 1일로 1개월 연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변경 상장 및 삼성에피스홀딩스 재상장 예정일도10월 29일에서 11월 24일로 변경됐다.
현재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분할 비율 등 가치 평가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존속법인과 분할 신설법인의 분할 비율을 약 65대 35로 산정했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 71조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장 가치는 약 46조원이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25조원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신약 개발 사업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현 분할 비율보다 높게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한 투자자들의 경우 분할 상장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투자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다. 분할 이후 기업 가치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주가 부양을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환원책 개시 시점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 등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4조원 이상 쌓여있지만 캐파 확장을 위한 투자를 우선으로 현금을 활용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배당정책을 발표하면서 2025년 이후 해당년도 잉여현금흐름(FCF)의 10% 내외에서 현금 배당 실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