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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사이클을 단면 하나로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적과 현금흐름, 투자규모와 부채 변화를 모두 모으면 역동하는 계절의 바뀜이 보인다. 더벨 SR(서치앤리서치)본부가 코스피·코스닥 우량종목을 묶은 KRX300을 기준으로 시장의 기상을 측정해봤다. 업황의 흐름과 경영의 선택, 시장의 판정이 겹겹이 얽힌 숫자의 오르내림을 해석하고 기업생태계의 중심 이동을 포착한다.
KRX300 소속 종목들의 상반기 성과를 분석한 결과 삼성SDI는 영업이익 감소액이 눈이 띄게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을 강조해왔던 만큼 대규모 적자가 더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가 늦었던 탓에 경쟁사들보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효과도 크게 보지 못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선 판매가 나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벨 SR본부는 올 상반기 KRX300 종목들의 △매출 △영업이익 △영업활동현금흐름 △CAPEX(무형자산 제외 기준) △부채비율 △순조달 △시가총액 등 7개영역 데이터를 비교하고, 상·하위 25개 기업을 지표별로 살폈다.
집계 결과 삼성SDI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매출 감소율이 KRX300 종목 가운데 9위를 차지했다. 영업손익 역시 적자로 돌아섰다. 올 6월 말 삼성SDI의 누적 영업이익은 AMPC 보조금을 제외한 기준으로 마이너스(-) 1조77억원이다. 영업이익 감소액을 따지면 1조5000억원을 넘어 상반기 적자 전환한 KRX300 기업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삼성SDI를 포함한 배터리3사는 전기차 수요 부진,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삼성SDI는 하이니켈 기반 프리미엄 시장이 주력이다 보니 중저가 전기차 보급으로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 실제로 2023년 하반기 이후 분기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은 지속된 탓에 영업적자에 빠졌다.
영업적자 전환 기업에 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두 회사는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연결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중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상반기 LG화학의 영업적자가 340억원인데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이 800억원을 넘는 적자를 냈다.
다만 2분기 영업이익만 따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소폭이지만 흑자로 돌아선 상태다. 비용절감으로 14억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냈다. 미국 물량이 늘어나면서 4900억원을 넘는 AMPC 보조금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할 경우 조정 영업이익은 4922억원으로 오른다.
SK온 역시 배터리부문의 영업적자 규모가 2분기 3398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300억원가량 줄었다. 약 2700억원의 AMPC 보조금을 합친 조정 영업이익은 -664억원이다.
반면 삼성SDI는 2분기 적자 규모가 4642억원으로 3사중 가장 컸다. 전분기(-5435억원)보다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대규모 손해다. 또 경쟁사들보다 미국 공장 투자가 늦었기 떄문이 AMPC 보조금 규모도 664억원에 그쳤다. AMPC 보조금을 포함한 2분기 조정 영업이익은 -3978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애초 1분기 대비 상당한 폭의 실적 회복을 예상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 관세 부과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적자폭을 목표만큼 줄이진 못했다.
적자에도 불구 삼성SDI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상반기 플러스로 전환했다. 6월 말 기준 영업현금은 7016억원(1조3262억원)이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할 때 영업현금 증가 규모는 영업현금이 흑자 전환한 KRX300 기업 중 4번째(금융사 제외)로 컸다.
그러나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당기순손실 상태인데 재고 소진으로 운전자본 부담을 덜면서 나타난 현금흐름 개선이기 떄문이다. 실제로 상반기 삼성SDI의 재고자산은 작년 말보다 2600억원 이상 줄었고 매출채권 역시 소폭(74억원) 감소했다. 반면 매입채무는 720억원가량 늘면서 현금흐름에 보탬이 됐다.
회사 측은 “상반기 미국 IRA 개정 등 주요국 정책 변동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이에 따른 수요 감소와 가동률 하락으로 실적이 부진했다”며 “하반기에는 소형과 전자재료 사업 중심으로 판매가 호전되고 잇으며 4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