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BNK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은 비은행 경쟁력 강화 과제를 실행하는 방식이 다르다. BNK금융은 대주주 적격성 이슈 해소 뒤 인수·합병(M&A)으로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완성하려는 반면, JB금융은 핀테크·인공지능(AI) 투자와 해외 사업 확대를 중심으로 유기적 성장을 추구한다.
BNK금융이 대주주 적격성 이슈로 M&A 공백기를 보내는 동안 JB금융은 연간 순이익을 7000억원대로 키우며 양사 실적 격차를 좁혔다. BNK금융은 신사업 진출 제한 징계 해소 시점에 맞춰 M&A에 착수할 수 있도록 재무 체력을 정비해뒀다.
◇BNK, 올 10월부터 M&A 시계 다시 돈다
BNK금융은 2023년 빈대인 회장 체제로 전열을 정비한 뒤 자본 적정성 관리와 내실 강화에 집중했다. 대주주 적격성 규제로 금융사 인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높이고 향후 M&A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쏟았다.
발단은 2015년 주가 시세조종 사건이다. 당시 회장은 2021년 10월 벌금형을 받았고, BNK금융은 2024년 기관경고 징계를 받았다. 벌금형이 확정된 날부터도 5년 동안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경영 계획을 수립했다.
BNK금융그룹 중장기 발전 로드맵(출처: BNK금융그륩)
올 10월 대주주 적격성 이슈가 해소되면 금융사 M&A가 가능하다. 빈 회장은 징계 해소 시점에 맞춰 BNK금융이 M&A에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M&A 전략 근간인 CET1비율을 12%대로 올려놨다. 내년과 2028년에는 신규 자회사 편입, 보험 사업 추진 등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한층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도 강화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부담에서 벗어나는 BNK투자증권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내부적으로 부실 청산을 마무리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9%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ROE는 2% 수준이었다.
BNK투자증권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지난 3월 말 1조1768억원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요건(3조원)에 못 미친다. 증권업은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사업 범위가 달라지는 만큼 향후 자본 확충 여부도 경쟁력 강화 변수로 꼽힌다. BNK투자증권 자본 확충은 2021년 2월 2000억원 유상증자가 마지막이다.
◇JB, 증권사 인수 대신 핀테크 투자·해외 확장
JB금융은 증권사 인수 대신 핀테크 기업과 AI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비은행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그룹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대형 증권사 M&A 효율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단순한 사업 시너지뿐 아니라 향후 자본이익(Capital Gain)까지 고려해 투자에 나선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핀테크 기업 핀다다. JB금융은 계열사와 함께 핀다 지분 약 15%를 확보해 2대주주에 올랐다. 핀다는 올해 대원저축은행을 인수했다. AI 기반 저축은행 설립을 추진하면서 대출 비교, 중개 플랫폼 넘어 여신까지 사업 확대를 노린다. 저축은행 계열사가 없는 JB금융 입장에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수 있는 투자이기도 하다.
해외 시장 공략도 신사업 한 축이다. JB금융은 2016년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 인수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베트남과 미얀마에서 증권, 캐피털사를 운영 중이다. 올 상반기 글로벌 계열사 합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264억원이다.
인도네시아 금융 시장에도 진출한다. 지난해 JB우리캐피탈이 현지에서 기업 대상 차량·중장비 금융 사업을 펴는 KB부코핀파이낸스 지분 85%(290억원)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현지에서 전기 오토바이 렌탈 플랫폼을 운영하는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에이젠글로벌과 협업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 에이젠에 전기 오토바이 매입 자금과 운전자 대상 대출, 배터리 매입 대출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JB금융은 에이젠 지분 40%를 확보하는 전략적 투자도 병행했다.
국내에서는 외국인 금융이라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며 지방금융그룹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전략도 추진한다. 지난해 3월 전북은행이 출시한 국내 거주 외국인 전용 앱 '브라보코리아'는 지난 1월 말 회원이 21만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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