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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반년 새 현금 1조…삼바 출자 앞두고 무슨 일이

'카타르'발 무이자 실탄, 해외 플랜트 선수금이 쏘아 올린 바이오 투자

김서영 기자  2026-09-15 10:50:44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배정 물량을 모두 소화한다면 1조원 안팎이 필요한데요. 그런데 타이밍이 참 절묘합니다. 삼성물산의 현금이 반년 만에 1조2000억원 늘었거든요.

삼성바이오 증자에 필요한 돈은 1조원, 직전에 늘어난 현금도 1조원 남짓.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죠. 그럼 이 돈은 어디서 났을까요. 답은 의외로 건설현장에 있었습니다. 오늘은 삼성물산이 어떻게 반년 새 1조원 넘는 현금을 쌓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조원이 갑자기 생겼다?

일단 숫자부터 볼까요. 삼성물산 별도재무제표 기준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말 1조500억원이었습니다. 올해 6월 말에는 2조2800억원. 반년 만에 1조2000억원 정도 증가했는데요. 이 정도면 어디서 큰 돈을 빌린 걸까요.


그 답은 현금흐름표에 있습니다. 삼성물산의 별도 기준 영업현금흐름을 보면 올해 상반기 2조4646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6105억원에서 1년 만에 거의 4배가 됐습니다.

영업현금이 엄청 늘었네요. 장사를 엄청 잘해서 2조5000억원을 벌었다고만은 설명이 안됩니다.

올해 상반기 삼성물산 별도 순이익이 약 1조250억원입니다. 수익성이 꽤 괜찮았지만 2조원 넘는 영업현금흐름보다 적은데요. 이 차이를 설명하는 핵심이 운전자본입니다. 올해 상반기 영업자산·부채 변동으로 들어온 현금만 약 1조2400억원입니다.

이익 창출 외에 운전자본에서 현금이 1조원 넘게 들어왔다는 겁니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타유동부채 증가로만 약 1조3100억원의 현금 유입 효과가 생겼습니다. 전년 동기에는 오히려 이 항목에서 1조원 넘게 현금이 빠져나갔거든요. 올해는 흐름이 완전히 반대로 바뀐 겁니다.

기타유동부채라면 범위가 꽤 넓습니다. 재무상태표와 주석을 더 들어가 봤습니다. 눈에 띄는 게 건설부문의 계약부채입니다. 지난해 말 1조4109억원이던 게 올해 6월 말 2조324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반년 만에 6215억원 증가한 겁니다.

◇부채인데, 부채 같지 않은 '계약부채'

현금이 어디서 들어왔나 찾아갔더니 갑자기 부채가 6000억원 늘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건설업의 조금 독특한 회계 특징이 있습니다. 이 계약부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빚과는 성격이 다르거든요. 크게 공사선수금과 초과청구선수금으로 나뉩니다.

공사선수금은 공사하기 전에 돈을 미리 받은 겁니다. 발주처가 계약 조건에 따라 착수금이나 선수금을 먼저 지급하는 거죠. 초과청구선수금은 현재까지 회계상 인식한 공사 매출보다 발주처에 청구한 금액이 더 많은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서 공사는 30만큼 했는데 계산서는 40만큼 먼저 끊은 거네요. 40을 다 매출이라고 할 순 없으니까 먼저 청구한 10은 부채로 잡아두는 거고요. 앞으로 10만큼 공사를 더 해줘야 하는 거죠.

이자가 붙는 차입금과는 다르네요. 일종의 무이자 금융 같다는 게 핵심입니다. 은행에서 빌리거나 회사채를 찍으면 이자를 내지만 계약부채에는 이자가 없습니다. 다만 공짜 돈은 아닙니다. 앞으로 공사를 수행해야 하는 의무가 붙어 있죠. 그래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계약부채가 늘면 운전자본 현금흐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올해 유독 튄 이유는 플랜트

건설사가 선수금 받는 건 원래 있는 일이잖아요. 올해가 정말 특별할까요. 같은 시점끼리 비교해봤습니다. 플랜트 계약부채, 그러니까 공사선수금과 초과청구선수금을 합친 금액을 보면요. 2023년 반기 4775억원, 2024년 반기 4587억원, 2025년 반기 5079억원입니다. 거의 5000억원 수준에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2026년 6월 말은 1조3269억원입니다. 전년 동기보다 약 8190억원 늘었습니다. 두 배를 훌쩍 넘은 겁니다. 건설부문 전체 계약부채 증가액이 6215억원인데 플랜트 계약부채는 지난해 말 7893억원에서 올해 6월 1조3269억원으로 5376억원 증가했습니다. 전체 증가액의 86.5%입니다.

거의 플랜트가 다 했습니다. 플랜트 안을 다시 나눠보면 공사선수금이 1045억원에서 4049억원으로 3003억원 늘었고요. 초과청구선수금은 6848억원에서 9220억원으로 2372억원 증가했습니다.

공사선수금이 거의 네 배 늘었네요. 신규 공사가 많이 시작됐다고 봐야겠습니다.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카타르가 나옵니다. 삼성물산이 최근 확보한 카타르 주요 플랜트 프로젝트 세 개만 보면 첫 번째가 퍼실리티(Facility) E 가스복합·담수 플랜트(IWPP)입니다. 삼성물산 계약금액이 약 4조1760억원, 올해 6월 말 공정률은 37.3%입니다.

두 번째가 탄소포집 설비인 QE CO₂ 이송설비입니다. 약 2조270억원 규모이고 공정률 3.9%입니다. 세 번째는 두칸(Dukhan) 태양광 프로젝트로 1조5540억원, 공정률은 0.8%입니다. 세 개를 합치면 7조7600억원이네요. 조 단위 신규 공사들이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한 겁니다.

선수금 증가를 보면 공정률이 아직 낮은 CO₂ 이송설비나 두칸 같은 신규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대형 EPC(설계·조달·시공)는 계약에 따라 착수금이나 특정 마일스톤에서 대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초과청구 증가에서는 이미 공정이 상당히 올라온 퍼실리티 E 같은 프로젝트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퍼실리티 E가 37%면 이미 꽤 진행됐네요. 계약금액이 4조원이 넘으니 공정률 몇 퍼센트만 움직여도 금액이 상당하겠는데요.

삼성물산 플랜트 매출도 지난해 상반기 1조4229억원에서 올해 1조9436억원으로 36.6% 늘었습니다. 매출도 늘었지만 계약부채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는 해외 플랜트가 본격화되면서 돈이 들어오는 구조 자체가 삼성물산에 상당히 유리하게 움직인 겁니다.

결국 차입으로 현금을 만든 게 아니라, 선수금과 초과청구가 크게 늘면서 현금이 들어온 겁니다. 그 중심에 건설부문 운전자본, 그중에서도 플랜트가 있었습니다.

◇그 직후 삼성바이오가 3조원 유증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삼성물산 현금은 반년 만에 1조2000억원 늘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자 예상액도 1조원 안팎입니다. 숫자가 거의 맞아떨어지죠.

물론 삼성바이오 증자를 염두에 두고 돈을 당겨 받았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대규모 출자를 앞둔 시점에 때마침 목돈이 생긴 건 재무제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해볼 수 있겠습니다. 삼성바이오 유상증자를 결정할 때 양대 주주의 자금 여력도 당연히 같이 봤을 텐데 삼성물산의 현금 사정이 좋아진 게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없을까.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양대 주주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인데요. 삼성전자는 워낙 현금창출력이 큰 회사라 1조원 수준의 출자 자체가 큰 부담은 아닐 겁니다. 결국 상대적으로 봐야 할 건 삼성물산이 그 정도 자금을 소화할 수 있느냐였겠죠.

삼성물산이 또 그룹에서 지주사 같은 위치에 있잖아요. 본업 외에도 현금이 들어오는 곳이 많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자, 생명 등 계열사 등에서 받은 배당금만 약 5940억원입니다. 반면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약 4580억원이고요. 여기에 본업에서 영업현금을 만들고 이번에는 건설부문 운전자본까지 크게 좋아졌죠.

현금이 들어오는 수도꼭지가 여러 개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현금의 상당 부분이 그룹의 성장축인 바이오로 다시 투입될 예정입니다. 배당과 플랜트 등으로 채운 실탄을 바이오에 쏘는 '캐시 리사이클링' 구조가 나타나는 겁니다.

◇그룹 차원의 캐시 리사이클링

삼성물산 입장에서 바이오가 그만큼 중요한지 살펴봐야 합니다. 매출 측면에서 바이오의 비중은 연결 기준 13~14%인데요.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60% 이상입니다. 올해 상반기 바이오 영업이익이 1조가 넘습니다. 건설이 3000억, 상사가 2500억원 정도니 격차가 상당하죠. 건설에서 끌어온 실탄을 바이오로 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삼성바이오에 실제로 1조원 안팎을 넣으면 삼성물산의 현금 부담은 어떨까요. 현재 단기금융상품까지 포함한 별도 기준 유동성이 약 2조2000억원이고, 하반기에도 영업현금이 계속 들어옵니다. 따라서 당장 삼성바이오 출자 때문에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하다고 볼 상황은 아닙니다.

그럼 결국 출자 이후를 봐야합니다.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 플랜트 계약부채와 영업현금흐름이 계속 강하게 유지되는지. 둘째, 삼성바이오 출자 이후 삼성물산이 차입을 다시 늘리는지입니다. 이걸 보면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자체 현금으로 얼마나 소화했는지가 드러날 겁니다.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 해외 플랜트에서 선수금과 공사대금이 빠르게 들어오면서 현금창출력이 크게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직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1조원 안팎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건설에서 창출된 현금이 바이오라는 그룹의 성장축으로 배분되는 셈인데요. 이제 볼 것은 출자 이후에도 삼성물산이 차입 없이 이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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