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이 경영권 지분을 넘기면서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따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차입 여력이다. 롯데렌탈 측은 대주주 변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최대 72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조기상환 청구에 대응하려면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일부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렌탈업 다른 경쟁사와 비교하면 롯데렌탈의 재무건전성이 충분히 우수한 만큼 기존 비지배주주의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아닌 추가 차입으로 공모채 조기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여기에 동일한 매수자에 앞서 매각된 SK렌터카의 경우 공모채 조기상환 자금을 신규 공모채 발행으로 조달한 전례도 부각된다.
◇"3자배정 유상증자, 비지배주주 주주가치 침해…차입 여력 충분"
롯데렌탈은 올해 2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에 경영권 지분을 넘기기로 합의했다. 기존 최대주주 호텔롯데와 2대주주 부산롯데호텔이 합산 구주 2039만6594주를 주당 7만7115원에 어피너티에 매각한다. 동시에 롯데렌탈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어피너티에 신주 726만1877주를 주당 2만9180원에 발행한다.
최종적으로 어피너티는 1조7848억원을 들여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63.48%(2765만8471주)를 확보하게 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으로 승인 이후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이 실시된다.
하지만 이 구조대로라면 기존 대주주인 롯데그룹은 신주 발행가액을 고려하면 구주 매각을 통해 1조원에 가까운 9777억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동시에 매수자인 어피너티로서는 신주 인수를 섞음으로써 구주만 매입했을 때보다 평균 매입단가를 6만4529원으로 약 16% 낮추는 효과가 있다. 반면 구주를 매각하지 않는 기존 비지배주주들은 어피너티에 대한 발행 신주수를 고려하면 지분율이 기존보다 0.83배로 희석되면서 주주가치 침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롯데렌탈 측은 최대주주 변경에 따라 기존에 발행했던 대부분 공모채에서 지배구조 변경 제한조건을 위반하게 돼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므로 조기상환 청구에 대응할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롯데렌탈 측은 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 공모채 미상환잔액이 1조584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EOD 사유 발생시 조기상환 청구 규모를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72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이번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비지배주주의 주주가치 침해가 불가피하므로 다른 수단으로 회사채 조기상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서 가중산술평균주가를 바탕으로 산출한 기준주가가 할증률 가산 없이 그대로 발행가액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유력하게 제기되는 수단은 차입이다.
이 때문에 롯데렌탈의 차입 여력이 충분했던지 여부가 관건이다. 올해 2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직전인 지난해말 연결 기준 롯데렌탈의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4조1579억원이다. 회사채(유동·비유동 합산)가 2조1261억원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업 확장을 위한 차량 투자 명목으로 신차할부금융 차입금 등이 포함되는 렌탈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377.1%, 차입금의존도가 59.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롯데렌탈의 부채비율은 다른 경쟁사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롯데렌탈의 대표적인 비교기업으로는 SK렌터카를 꼽을 수 있다. 특히 SK렌터카 최대주주는 이번에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을 매수하는 어피너티로 같다. 어피너티는 지난해 8월 SK네트웍스로부터 SK렌터카 구주 100%를 8200억원에 사들였다. SK렌터카의 지난해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조7878억원으로 이에 따른 부채비율이 601.3%, 차입금의존도가 70.6%였다.
◇상환청구 예상분 전액 차입해도 부채비율 49%p 상승…SK렌터카 대비 여력 충분
롯데렌탈의 부채비율이 비교적 낮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2021년 8월 기업공개(IPO)로 구주매출(4254억원)을 제외한 신주모집으로만 4255억원을 유입하면서 자본 확충에 따라 부채비율을 2020년말 657.3%에서 2021년말 384.0%로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2023년 1152억원, 지난해 1027억원 등 꾸준히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하면서 이익잉여금을 쌓은 덕분이기도 하다.
롯데렌탈이 지난해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4조1579억원)과 부채총계(5조5380억원) 수준에서 회사채 조기상환 최대 예상액인 7200억원을 전액 차입으로 조달한다고 가정할 경우 총차입금이 4조8779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부채총계가 6조2580억원으로 늘어난다. 자본총계(1조4686억원)는 변함이 없으므로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377.1%에서 426.1%로, 차입금의존도가 59.3%에서 63.1%로 각각 상승한다.
그럼에도 어피너티가 앞서 경영권 지분을 사들인 SK렌터카의 부채비율(601.3%)이나 차입금의존도(70.6%)보다 여전히 크게 낮다. 여기에 롯데렌탈은 지난해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을 4782억원 보유하고 있다. 이를 회사채 조기상환 재원으로 일부 이용하면 추가 차입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어피너티가 SK렌터카 경영권 지분을 사들일 때 회사채 상환자금을 유상증자가 아닌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충당한 전례가 있다. SK렌터카는 지난해 8월 어피너티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직후인 11월 합산 4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했다. 대주주 변경에 따른 회사채 중도상환 청구분은 6090억원으로 예상됐다.
당시 SK렌터카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대주주 변경에 따른 공모채 중도상환 자금으로 우선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라며 "중도상환 청구분이 회사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보다 많을 경우 부족분은 기업어음(CP)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렌터카 신규 회사채 발행에 따른 기존 회사채 중도상환 청구 대응 사례. 출처: SK렌터카 증권발행실적보고서(2024.11.08)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최대주주(호텔롯데)에 더 많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동시에 매수자(어피너티)의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이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의 주주가치가 침해된다"며 "롯데렌탈의 지난해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377%로 업계 최저 수준인 만큼 주요 경쟁사 평균 부채비율(592%) 수준에 맞춘다면 약 3조2000억원의 추가 차입 여력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롯데렌탈 측은 "회사는 거래 종결일로부터 약 1.5~2개월 이내에 상당한 규모의 회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며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 심사는 회사가 (일정을) 조정할 수 없는 만큼 거래 종결에 따른 회사채 조기상환 요구가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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