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재무라인을 중용하는 분위기다. 이미 송명준 사장이 이끄는 재무지원실 산하에 이종윤 재정부문장 전무, 성기종 IR부문장 상무 등 임원들이 줄줄이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에 성기종 부문장이 전무로 한 단계 승진하면서 재무 쪽에 더 힘이 실렸다.
회사의 달라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가장 앞단에서 누리고 있다. 이제 손실에 대한 방어적 소통에서 벗어나, 시장의 기대를 재설정하고 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심어줘야 하는 변곡점이다. 초호황을 기회로 조달도 확대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HD현대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성기종 HD한국조선해양 IR부문장(
사진)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소폭 인사로, HD한국조선해양에선 성 부문장이 유일한 승진자다. 최근 IR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회사 행보와 결이 같은 인사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은 분기 실적발표와 경영진 간담회, C레벨 콥데이(C-Level Corporate Day) 등을 포함해 연간 10여회의 IR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엔 17회로 전년(13회)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역시 5월 말까지 벌써 10회를 진행했다. 최근 조선업에 대해 부쩍 늘어난 시장의 관심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모든 IR은 성 부문장이 총괄한다.

성 부문장은 원래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에서 조선업을 담당하던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분할 전인 2018년 IR 총괄임원(상무보)으로 현대중공업에 영입됐는데 증권사에서 IR 담당임원으로 이동은 드문 케이스라 당시부터 주목받았다. 조선해양 분야를 20년 넘게 분석한 만큼 투자자 소통에 능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류한 이후 2019년 상무에 올랐고 그 뒤론 이번이 첫 승진이다.
성 전무의 승진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재무라인에만 고위급 임원진이 3명이나 포진하게 됐다. 송명준 사장이 현재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와 HD한국조선해양 재무지원실장을 겸직 중이다. 재무지원실 아래 IR부문과 재정부문이 있으며 재정부문을 이종윤 전무가 맡고 있다.
이종윤 전무는 1999년 현대중공업 재정부문에 입사한 이후 재정과 자금부문에서 한 우물을 파왔다. 2019년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재정부 관리팀장·자금팀장을 역임했으며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엔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 산하 자금팀에서 임원배지를 달았다. 이때도 송명준 사장이 경영지원실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서로 호흡을 맞춘 지 꽤 오래됐다.
이후 이 전무가 2021년 HD현대인프라코어 재정·세무·회계 담당 임원으로 옮겼다가 작년 말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HD한국조선해양 재정부문장으로 복귀했다. 동시에 기존 기획과 HR부서를 분리하고 경영지원실을 재무지원실로 변경, 재무 관련 부서를 배치하는 조직개편도 함께 진행됐다. 재무조직 정비와 함께 힘을 싣는 모습이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은 성장 전략, 이를 뒷받침할 재무적 지원의 중요성이 여느때보다 더 강조되고 있다.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 8592억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점프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12.7%를 기록, 수익구조 전환이 본궤도에 들어섰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도가 예상치 못한 어부지리를 안겨주고 있다.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하면 수수료를 부과하는 '301조 조치'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올 1분기에만 선박 발주 문의가 6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덕분에 HD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총 76척(약 105억달러)을 수주했다. 연간 목표(180억5000만달러)의 58.2%를 이미 달성하면서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 조선 3사 중 압도적으로 뛰어난 성적이다. 조선부문의 매출 기준 수주잔고는 487억달러로 이미 3.5년치 일감을 확보해 뒀다.
회사 내부에서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야드 증설에는 보수적이며 자동화 등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또 미국 현지 조선소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되, 인력 이슈나 공급망 문제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6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도 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송명준 사장이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책임을 유지하면서 각 부문 전담 조직체계를 통해 역할을 원할히 수행하고 있다"며 "성기종 전무의 경우 인사 기준에 따라 승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