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됐다. 프레임 워크에 따라 목표 CET1비율 초과 자본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기로 하면서다. 이 원칙은 강력한 밸류업 동력이지만 위험가중자산(RWA) 성장 전략, 배당가능이익 관리 등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KB금융은 약속한 프레임 워크를 지키는 것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감안해 주주환원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감액배당, 계열사 중간배당 등이 배당가능이익 초과 이슈에 대응할 수단으로 꼽힌다. 배당 및 자사주 전략을 재정비하고 배당가능이익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초과 자본 환원 원칙, 신뢰 잃으면 '양날의 검' KB금융이 금융 섹터의 밸류업 대장주로 등극한 배경에는 주주환원 프레임 워크가 자리한다.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시하면서 CET1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원칙을 밝히면서 호응을 얻었다. 다른 금융지주도 프레임 워크를 제시했으나 가장 높은 CET1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KB금융의 방침이 단연 명확했다.
다만 주주환원 프레임 워크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만족스러운 주주환원 정책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주가에 실망감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이 올초 지난해 말 CET1비율과 새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한 이후 1거래일 만에 주가가 7%가량 하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KB금융은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이 마련돼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RWA 증가를 허용하려 했다. 하지만 시장은 RWA 증가에 활용한 금액이 초과 자본에 해당하는 만큼 추가 자사주 소각에 활용해야 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후 KB금융은 RWA 성장률을 철저히 제한하고 주주환원에 한층 더 힘을 싣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새 프레임 워크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KB금융은 CET1비율 13.5%를 초과하는 자본을 전량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간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1차 주주환원 계획을 제시하고 상반기 실적에 기반해 2차 계획을 발표하는 식으로 시장 신뢰를 유지하려는 의도다.
◇가파른 주주환원액 증가, 시스템 재정립 필요성 부각 KB금융은 이번 2차 주주환원 계획으로 시장 기대에 부응했으나 또 다른 변수에 직면했다. 주주환원 금액이 가파르게 늘어난 탓에 자사주 매입·소각 금액이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했다. 새로 매입해 소각하기로 한 자사주 8500억원 중 1900억원은 내년 1분기에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배당가능이익은 현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이행할 수 있는 법적 허용 한도를 의미한다.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 전기 이월액에서 결손금, 자본 변동 손실, 법정적립금 등을 제외해 산출한다. KB금융은 그간 자사주 매입·소각을 전격적으로 늘려온 탓에 누적 이익잉여금이 줄었고 배당가능이익이 부족해졌다.
분기 균등배당도 배당가능이익 부족에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은 매분기 동일한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균등 배당을 이행하려면 연간 실적이 확정되기 전에 배당 규모를 정해야하고 지급 때마다 이익잉여금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연중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추가되면 배당가능이익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KB금융은 감액배당과 계열사 중간배당을 검토해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로 했다. 내년에 이행될 19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올해 실적을 기반으로 하지만 주주 입장에선 주주환원 일부를 내년으로 미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시스템을 재정립하고 연간 주주환원 규모 수준으로 배당가능이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