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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KB vs 신한

극과 극 해외 사업, '타이밍'이 가른 희비

④[글로벌]신한은행 글로벌 순이익 연간 7000억원대로 은행권 1위

조은아 기자  2025-05-20 07:53:5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최근 몇 년 대부분의 경영 지표에서 신한금융을 앞서고 있는 KB금융이지만 글로벌 사업만큼은 신한금융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비교가 어려울 만큼 격차가 크다. 양사의 희비가 엇갈린 배경엔 '타이밍'이 있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은행업의 경우 해당 국가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데다 경제 성장률과 밀접하게 성장하는 만큼 언제 진출하느냐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타이밍이 생명이다. 실제 초반의 판단이 몇십 년 후 넘을 수 없는 격차를 만들었다.

◇베트남 진출 '첫차' 탑승한 신한

신한금융의 글로벌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글로벌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2%대를 기록했고 지난해 16.8%까지 높아졌다. 지난해에만 758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5495억원 대비 38.1%나 증가한 수치다. 불과 5년 전과 비교해도 커다란 격차가 있다. 2020년 글로벌 사업 순이익은 3346억원으로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반면 KB금융은 아직 글로벌 사업 성과는 신한금융에 크게 못 미친다. 매년 IR자료에 글로벌 사업 성과를 따로 공개하는 신한금융과 달리 KB금융은 글로벌 사업 실적을 따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KB금융 글로벌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이 해외법인에서 내고 있는 순이익을 모두 더해도 1000억원을 훌쩍 밑도는 점을 고려하면 비중이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곳 모두 글로벌 네트워크 자체는 전 계열사에 걸쳐 갖추고 있지만 수익은 은행이 책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부문에서 역대 최대인 733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전체 신한금융 글로벌 사업 순이익과 큰 차이가 없다. 10개 해외법인이 모두 흑자를 냈는데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은 신한베트남은행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2640억원을 거둬 4대 시중은행의 해외법인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뿐 아니라 매년 같은 기록을 써오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국내 은행 해외진출의 '모범답안'이 된 배경엔 타이밍이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이 처음 외국계 은행들에게 은행업을 허가할 때 첫차에 올라탔다.

베트남은 2006년 은행 시장을 외국계 은행에게 개방하기로 했고 2008년 5개 은행이 은행업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국내 은행 중엔 신한은행이 유일했고 신한은행은 베트남 경제 성장의 과실을 고스란히 누렸다.

베트남은 이후 한동안 은행업 라이선스 발급을 중지했다가 8년 뒤인 2016년에야 재개했다. 2008년을 놓쳤더라면 8년의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이 기간은 다른 외국계 은행이 베트남에서 자리를 잡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실패 트라우마, 해외진출 장고한 KB

그간 국내 시중은행들은 해외 은행을 멋모르고 인수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입은 사례가 많았다. KB국민은행의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인수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2008년 8100억여원을 투입해 BCC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2010년, BCC의 경영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1300억원가량을 추가 투입했고 6년 뒤 투입금액 9500억원 전액을 장부에서 상각 처리했다. 이후 경영권 매각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1600억원에 그쳤다.

이는 트라우마로 남았고 KB국민은행이 해외진출을 한동안 꺼리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5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데 아직은 흑자 궤도에 들어서지 못했다. 지난해 합산 순손실은 800억원대 규모다.

절치부심에 나선 KB국민은행은 최근 다시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와 캄보디아 KB프라삭은행을 중심으로 빠르게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KB프라삭은행은 2개 은행이 합병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꾸준히 냈다. KB뱅크도 새출발에 나선다.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현지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현지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인다. 현지는 아무래도 현지인이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임 CEO에 인센티브를 충분히 준다는 방침도 세워둔 것으로 전해진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7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66%를 1조5200억원에 인수했다.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만큼 정상화 의지가 매우 강하다.


두 금융지주 모두 은행을 제외하면 글로벌 사업에서 일정 규모의 순이익을 내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신한금융에선 신한카드가, KB금융에선 KB국민카드가 그나마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다소 부진하다.

신한카드는 모두 4개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데 지난해 합산 순이익이 188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2.4배 증가했지만 절대적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KB국민카드는 3곳에 해외법인을 세웠는데 지난해 50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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