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금융지주사들의 건전성은 다시 한 번 '환율'이라는 변수 앞에 섰다. 1분기 말 기준 외환 요인으로 인한 보통주자본(CET1)비율 하락 폭은 하나금융이 -18bp, 신한금융 -11bp, KB금융 -15bp, 우리금융 -10bp다. 모두 같은 방향으로 흔들렸지만 하락 폭은 제각각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외화자산 규모만 보면 신한금융이 약 137조원으로 가장 크다. 그렇다면 환율 변동의 충격도 가장 크게 받아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로 신한금융이 오히려 덜 흔들렸다.
이 차이는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갖고 있느냐'에서 나온다. 환율이 금융지주사에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다. 첫째는 해외 자회사 가치가 환율에 따라 바뀌는 부분이다. 원화가 약해지면 해외 자산 가치는 올라가며 이 변화는 자본의 일부로 반영돼 CET1비율을 흔든다. 또 하나는 외화자산과 외화부채의 차이, 즉 순외화포지션이다. 이 차이가 클수록 환율 변동의 영향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신한금융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이유는 이 균형을 잘 맞춰왔기 때문이다. 외화자산이 많아도 그에 맞는 외화부채를 함께 가져가면 환율이 움직여도 전체 충격은 제한된다. 쉽게 말해 달러로 번 돈을 달러로 조달해 맞춰놓는 구조다. 여기에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Hedge)와 현지 조달까지 더해지면서 환율 변동이 곧바로 자본 변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해 왔다.
반면 하락 폭이 가장 큰 하나금융은 외화자산 규모(약 107조원) 자체는 상대적으로 작으나 특정 구간에서 순외화 노출이 더 크게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해외 투자와 구조화 상품이 늘면서 환율 변화에 더 민감한 구조가 일부 만들어진 것이다. 단순한 대출이 아니라 펀드나 특수목적회사(SPC), 대체투자 등은 자산가격과 환율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더 커지기 쉽다.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은 바로 '자산의 성격'이다. 같은 외화자산이라도 대출 중심일 경우 비교적 안정적이고 투자자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가격 변동과 환율 변동이 겹치면서 충격은 커진다. 신한금융은 상업은행 중심의 해외 확장이 주축인데 반해 하나금융은 투자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이런 차이를 설명해준다.
결국 이번 CET1 하락 폭의 차이는 단순한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순외화포지션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헤지를 했는지, 그리고 어떤 자산을 들고 있었는지가 함께 만든 결과다.
지금 우리는 트럼프의 냉온탕 발언에 따라 환율이 춤추는 상황이다. 중요한 건 피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잘 다루느냐다. 그런 점에서 신한금융의 사례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리스크는 줄일 수 있고 관리할 수 있으며 결국에는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권에서 CRO(Chief Risk Officer)의 존재감이 CFO 못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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