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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영전략 수립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는 주요 경영진 중 한 명이다. 투자와 자원의 배분, 내부통제 등을 관장하는 만큼 이사회와 사내외 겸직, IR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처럼 좁게는 재무부터 넓게는 기획까지 책임지는 CFO의 역할과 권한, 영향력을 THE CFO가 살펴본다.
신정곤 재무실장(
사진·상무, CFO)의 역할은 차입 부담을 감수하면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HS효성첨단소재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새로 출범한 그룹 입장에선 특정 분야에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지만 개별 기업 입장에선 차입을 확대한 만큼 투자 성과와 재무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해야만 한다. 시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CFO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신 상무가 HS효성 측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3월이다. 1972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신 상무는 1998년 LG그룹에 입사, LG실트론(현 SK실트론) 재경팀에서 재무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LG와 LG구조조정본부, LG이노텍 등 그룹 곳곳을 누비며 커리어를 쌓았다. 임원으로 승진한 건 2022년. 그는 LG이노텍 재경담당 상무로 2024년까지 근무했고 안진회계법인으로 이동해 지난해 초까지 일했다.
지난해 3월 효성그룹은 2024년 2세 경영인 조석래 명예회장 타계 이후 고 조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준 회장과 3남 조현상 부회장 간 계열분리를 완료한 상황이었다.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의 경우 산하에 HS효성첨단소재를 필두로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HS효성토요타, 광주일보 등 6개 국내외 계열사를 거느리고 독립했다. HS효성첨단소재는 그룹 산하 계열사 중 핵심 현금 창출원 역할을 맡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의 주력 사업은 사명 그대로 첨단소재 분야다. 타이어보강재를 필두로 산업용원사, 차량용카페트,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각 업황은 제각각이다. 타이어보강재 영역은 일괄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떠받치고 있지만 탄소섬유 분야는 중국 업체 대규모 증설로 공급 과잉이 심화하고 고객사 구매 여력도 둔화하면서 업황이 부진한 모습이다.
그룹 입장에서는 특정 분야에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신 상무의 역할은 사업 환경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 신 상무 합류 이후 HS효성첨단소재는 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해 인도 법인을 설립하고 멕시코 법인을 인수하는 한편 탄소섬유 생산기지를 증설했다. 2023년 말 3조1674억원 수준이었던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3조9034억원으로 늘었다.
투자 확대 과정에서 외부 조달 의존도는 높아졌다. 신 상무 합류 직전 설비 투자 목적으로 90억원을 차입한 이후 지난해 7월 2년물과 3년물 공모 회사채를 각각 300억원씩 총 600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수요예측에는 2220억원 규모 주문을 확보, 비교적 양호한 투자 수요를 확인했다. 그해 10월에는 8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아울러 단기 차입을 장기 조달로 전환,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다만 공격적 투자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리 부담과 재무 리스크 확대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올 초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 매각을 시도한 것은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거래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됐지만 최종 성사되진 않았다. 동시에 회사는 미국 탄소섬유 원료 생산 스타트업 투자와 실리콘 음극재 사업 분야 투자를 추진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과 재무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설 영향으로 탄소섬유 업황이 부진했지만 베트남 신규 라인 가동과 고판가 제품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탄소섬유 생산시설 투자가 일단락되고 향후 (타이어보강재 실적을 기반으로 한) 영업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재무부담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원가 구조 개선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는 정관 신규사업 목적에 기타 기초 무기 화학물질 제조업과 비금속류 원료 재생업 등을 추가했는데 이는 공정 부산물 재활용·자원화 사업 진출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탄소소재와 화학공정 특성상 부산물 처리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 수익성 방어 카드 성격도 짙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CFO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 상무가 외부 출신으로 회사에 적을 둔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점을 들어 역할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신 상무가 총괄하는 재무실은 3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대표이사 직속 조직이다. 신 상무는 미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그의 전임 CFO 역시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