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실현 손익의 흐름을 담은 기타포괄손익(OCI)은 장부상 이익과 별개로 실질적인 건전성 추이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오는 2027년 기본자본 규제 변화를 앞두고 보험업권의 OCI는 최근 금리, 제도 변화에 따라 큰 폭의 증감을 반복하며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로 부상했다. 동일한 금리 환경 속에서도 보험사마다 OCI 흐름이 달랐다. 자산 운용 방식과 헤지 전략 등 내부 대응 방침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OCI를 통해 주요 보험사들의 ALM 전략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진단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어 투자자산 가치 변동이 기타포괄손익(OCI)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생명보험사다. 여기에 장기 보험부채 규모도 커 금리 변화에 따른 보험부채 가치 변동이 동시에 OCI에 반영된다. 투자자산과 부채 가치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인 만큼 자본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크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장기채 매입과 국채선도 등을 활용한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전략으로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을 관리하며 자본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부채 평가액 감소폭이 자산 평가손실보다 크게 나타나는 구조를 활용해 기타포괄손익(OCI)과 지급여력(K-ICS)을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OCI 회복 주도한 투자자산 효과 금융감독원 경영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기타포괄손익은 최근 3년간 큰 폭의 등락을 보였다. 2023년 6월 말 3조4945억원까지 늘었던 OCI는 같은 해 말 7683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이후 2024년 3분기에는 6조9170억원 적자까지 손실 폭이 확대됐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회복하며 올해 1분기에는 13조427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생명보험업권 전체 OCI는 15조3822억원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13조4270억원을 차지했다. 업권 전체 OCI의 87.3%에 해당하는 규모다. 생보업권의 OCI 개선 흐름을 삼성생명이 주도한 셈이다.
삼성생명의 OCI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건 자산과 부채 모두 업계 최대 규모인 구조와 맞닿아 있다. 보험계약 순금융손익은 올해 1분기 6조4414억원으로 생보업권 전체의 27.9%를 차지했다. 보험부채 규모가 큰 만큼 금리 변화에 따른 부채 평가 효과도 크게 반영됐다.
반면 투자자산의 영향은 다른 생보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올해 1분기 삼성생명의 공정가치측정 금융상품 평가손익은 7조834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생보업권 합계가 5조1137억원 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부분 생보사는 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손실이 확대되면서 공정가치측정 금융상품 평가손익이 악화됐다. 반면 삼성생명은 대규모 전략지분과 주식 포트폴리오의 평가이익이 채권 평가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업권과 다른 흐름을 나타냈다.
이 같은 구조는 삼성생명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비롯된다. 삼성생명은 운용자산 대부분을 유가증권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국내 주식 보유 규모만 92조7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보유 주식의 평가가치도 함께 증가했다.
◇듀레이션 갭 줄인 ALM, 변동성 관리 순항 삼성생명은 투자자산과 보험부채 규모가 모두 큰 만큼 자본 변동성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자산·부채종합관리를 통해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지속적으로 맞추고 있다.
보험부채 듀레이션을 자산 듀레이션보다 소폭 긴 구조를 유지하면서 금리 변동이 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실제 삼성생명의 일반계정 운용자산 듀레이션 갭은 지난해 말 1.0년에서 올해 1분기 말 0.8년으로 축소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는 부채 평가액 감소분이 자산 평가액 감소분을 상회해 보험계약 순금융손익이 흑자로 반영되고 순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추후 금리 하락에 대비해 장기채 매입 등 ALM 전략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장기 국고채 매입과 국채선도 거래 등을 활용해 듀레이션 갭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단순히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금리 방향에 따라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파생상품도 ALM 전략의 한 축이다. 삼성생명은 국채선도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금리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보험부채 평가이익과 상쇄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금리 수준에 따라 필요한 파생상품 규모를 조정하면서 전체 가용자본과 K-ICS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