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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전자·전기만 '제도적 독립성' 갖춰

[독립성]②15개사 중 3곳만 사내이사-의장 분리, 사추위 구성원 적정

원충희 기자  2024-02-26 06:44:11

편집자주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기업 이사회의 독립성은 1차적으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핵심은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사외이사의 입지 강화다.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사내이사를 배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삼성 주요 상장사들 가운데 제도적 요건을 제대로 갖춘 곳은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3개 계열사뿐이다. 다른 곳은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거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사내이사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THE CFO가 지난해 '반기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코스피 기준) 15곳을 살펴본 결과,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곳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전기와 4개 금융 계열사(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로 집계됐다. 나머지 8곳은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SDI와 제일기획은 사내이사가, 나머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에스원, 호텔신라 등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권장하고 있다. 만약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둘 경우 선임사외이사란 직책을 두도록 했다.


이는 사외이사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주요 선진국 대기업이나 국제경제기구들의 모범규준 역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 내 견제기능을 갖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사내이사는 경영진인 만큼 의장이 될 경우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는 비상근이란 한계로 인해 사내 현황과 경영상태를 세심하게 알기 어려워 사내이사를 1대 1로 견제하기가 쉽지 않다. 사외이사 수를 사내이사보다 많이 두고 의장직은 사외이사에 맡기도록 하는 것도 이런 정보 비대칭 문제를 최대한 풀어보기 위한 조치다.

삼성SDI와 제일기획의 경우 약간 독특한 면이 있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사내이사가 전직 대표이사란 점이다. 제일기획은 유정근 사장이, 삼성SDI는 전영현 부회장이 겸임 중이다. 다만 전영현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로 복귀하면서 삼성SDI를 떠난다. 그의 의장직은 누가 받을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추위에서 사내이사를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이와 같은 궤도에 있다.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선임 과정에서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끼치는 것을 최대한 제약하기 위해서다. 삼성그룹의 경우 사추위가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곳은 5개사(삼성물산·SDI·엔지니어링·전기·전자)다.

에스원과 제일기획은 별도의 사추위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산 2조원 미만이라 사추위 설치의무가 없다. 4개 금융 계열사의 경우 사추위 대신 임원후보추천위원를 두고 있다. 여기서 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 후보추천도 같이 한다. 때문에 사내이사가 1명씩 포함돼 있다.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사추위에 사내이사 배제 등 제도적 독립성 요건을 갖춘 이사회를 운용하는 계열사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전기뿐이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계열사이며 삼성전자는 그룹 최대 계열사다. 세간에 가장 주목 받는 두 계열사가 제도적 독립성에 대해선 가장 우수한 구조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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