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자본적정성 지표가 일제히 개선 흐름을 보였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최소 규제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에서 안정적 관리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은행별 특성과 전략에 따라 지표의 질과 속내는 엇갈렸다.
수치만 보면 외국계 성과가 돋보였지만 실질적인 건전성 부문에서 신한은행의 도약에 주목된다. 이로써 규모와 질적 자본력을 동시에 고려할 때 장기간 안정감을 유지해 오던 하나은행과 함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3강 체제'를 갖췄다.
◇단순 수치론 씨티 BIS비율 35.28%…4대지주 중엔 신한 18.58%
THE CFO가 금융감독원 발표 등을 종합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 7곳의 자본적정성 지표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BIS비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씨티은행(35.28%)이었다. 이어 SC제일은행(21.35%), 신한은행(18.58%), KB국민은행(17.92%), 하나은행(17.83%), 우리은행(16.97%), iM뱅크(17.52%) 순으로 나타났다.
자본적정성은 바젤Ⅲ로 정해진 국제결제은행 기준에 맞춰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총자기자본으로 계산되는 BIS비율 △RWA 대비 기본자본(후순위채 등 보완자본 제외)인 Tier1 △RWA 대비 보통주자본(보통주 납입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으로 책정되는 CET1으로 구분했다.
씨티은행은 CET1과 Tier1 비율 역시 각각 34.31%로 업계 최상위였다. 다만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테일(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한 2022년 이후 위험가중자산(RWA)이 줄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RWA의 감소는 자본건전성 지표가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단 걸 의미한다. 때문에 씨티은행의 지표와 타 시중은행의 지표를 통상적인 비교 대상으로 잡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씨티은행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매영업을 펼치는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이 각종 지표 최상위에 자리한다. 다만 SC제일은행은 지표 자체는 높지만 직전 3년 간 자본건전성의 등락폭이 크다. 상대적으로 안정감은 떨어진다는 뜻이다. 2025년 상반기 BIS비율은 21.35%를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21.62%) 대비 0.27%포인트 내렸다.
2024년엔 한층 극단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SC제일은행의 2024년 BIS비율은 19.73%였는데 2023년(22.8%) 대비 3.99%포인트나 내렸다. 기본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 역시 적정선을 유지하긴 하나 등락을 거듭하는 점이 걸린다.
◇3대 지표 모두 상승한 신한…iM뱅크 연착륙 '성공'
하나은행은 올해도 자본적정성의 안정적인 추세를 이어갔다. 기본자본비율과 CET1은 1%포인트 이상 제고했고 4대금융지주 기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BIS 비율도 17%대로 끌어올렸다.
하나은행은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영구채(신종자본증권)나 후순위채 같은 보완자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자본의 순도를 함께 끌어올리면서 양질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M&A 등 사세 확장을 위한 체력을 다졌다.
안정성을 포함한 실질적인 자본적정성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엔 신한은행의 약진이 돋보인다. 각각 BIS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57%포인트 오른 18.58%, Tier 1은 1.04%포인트 오른 16.6%, CET1은 0.98% 상승한 15.57%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이 기간 무난한 흐름으로 자본경쟁력을 제고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70조원 넘게 쌓은 자기자본으로 각각 △BIS 17.92%, △Tier1 15.8% △CET1 15.35%를 나타냈다. 다만 올해 상반기엔 업계 맞수 신한은행 대비 세부 지표(△BIS 18.58% △Tier 16.6% △CET1 15.57%) 성취에서 다소 밀린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이 기간 BIS비율 16.97%, Tier1 16.98%, CET1 14.21%를 기록했다. 전체 지표에선 경쟁사 대비 다소 밀리지만 지표 개선 항목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SC제일은행과 같이 자본 지표가 널뛰는 외국계 은행 사례를 제외하고 이 기간 '질좋은 순정 자본'을 대거 확충하는데 가장 애를 쓴 은행이다.
iM뱅크는 일각에서 제기되던 순정자본 확충 과제를 풀어내면서 지표를 모두 안정권으로 끌어올렸다. 통상 통상 리테일 및 기업금융 영업을 지속하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다. 이는 자연스럽게 자본관리 부담도 함께 커지기 마련인데 2024년 출범 후로도 안정감을 유지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24년부터 시중은행으로서 공식 자본비율 집계를 발표한 iM뱅크는 올해 상반기 BIS비율 17.52%, Tier1 15.83%, CET1 15.52%를 기록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Tier 1과 CET1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중위권으로 도약했다. 시중은행 전환 초기임에도 빠르게 연착륙에 성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