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 3사의 차입금 흐름은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LG유플러스와 KT는 나란히 차입 부담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LG유플러스는 1조원 넘게 빚을 줄였고, KT는 부동산 수익 덕분에 현금창출력이 급증하면서 재무 레버리지가 완화됐다.
반면 SK텔레콤은 유일하게 다른 흐름을 보였다. 그간 감소세를 보이던 순차입금이 다시 확대됐다. 유심 해킹 사태의 후유증이 재무적 타격으로도 이어진 모습이다.
올해 차입규모를 가장 큰 폭으로 줄인 통신사는 LG유플러스다. 1500억원 수준의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지출에도 불구하고 빚을 갚는 데 수조원을 썼다. 올 9월 말까지 6500억원 남짓을 순상환하면서 지난해 말 7조원을 넘던 연결 총차입금이 5조8617억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이 기간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약 9650억원에서 6650억원으로 상당폭 줄었는데도 오히려 순차입금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9월 말 LG유플러스의 연결 순차입금은 5조1967억원이다. 전년 말(6조2055억원)과 비교하면 약 1조원(16.3%)이나 빚을 줄인 셈이다.
차입금 다이어트 덕분에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순차입금/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도 1.4배(EBITDA 연환산 기준)까지 낮아졌다. 이는 2024년 말 1.8배에서 개선된 수치다. 5G 투자가 안정화되면서 남는 현금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한 결과로 풀이된다.
KT 역시 차입금 축소 행렬에 동참했다. 9월 말 기준 KT의 총차입금은 11조5878억원으로 2024년 말(11조5801억원)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순차입금은 전년 말(6조7030억원) 대비 6% 정도 줄어 6조2957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현금성자산이 약 4조9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 수준으로 4000억원 남짓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넥스트커넥트PFV의 ‘롯데캐슬 이스트폴’ 분양 수익이 9700억원 반영되면서 현금창출력도 크게 개선됐다. 9월 말 기준 KT의 EBITDA는 5조2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연간 EBITDA(4조7390억원)보다도 많았다. 덕분에 순차입금/EBITDA 배수가 전년 말 1.4배였다가 올 9월 말 0.9배로 대폭 낮아질 수 있었다.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우수한 수준이다.
SK텔레콤의 총차입금은 올 9월 말 기준 10조83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10조764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0년 12조원대까지 치솟았었지만 이후 5G 망 투자 등 CAPEX(자본적지출) 부담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면서 쭉 10조원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올해 순차입금이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2020년 순차입금이 9조2000억원을 넘겼지만 지난해 말 8조4000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5G 설비투자 부담이 정점을 지나 감소하는 가운데, 연간 5조원 수준의 영업현금이 유입됐던 덕분이다.
하지만 유심 해킹 사태로 현금창출력에 타격을 입으면서 올 9월 말 순차입금은 다시 9조1455억원으로 확대됐다. 추후 AI 데이터센터, 정보보호 투자 등 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차입금 상환보다는 현재 수준을 방어하는 수준에서 재무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순차입금/EBITDA 지표의 경우 3분기 말 기준 1.9배로, 전년 말(1.5배)보다 0.4배 포인트 높아졌다. 순차입금이 확대됐을 뿐 아니라 분모인 EBITDA도 급감한 탓이다. 9월 말 SK텔레콤 EBITDA는 전년 동기 대비 16% 떨어진 3조6437억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