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3사의 현금흐름이 일제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단순한 업황 둔화로 해석하기엔 속사정이 제각각이다.
SK텔레콤은 일회성 비용 증가로 지출이 급증했고 KT는 마진은 개선됐으나 현금 회수 주기가 길어졌다. LG유플러스는 조직 효율화 과정에서 이익 정체와 현금 유출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타격이 가장 컸다.
3분기 말 기준 SK텔레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조82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8015억원)과 비교해 25.7%, 1조원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그간 연 5조원 수준의 영업현금을 꾸준히 창출해왔는데 이례적인 급감이 생겼다.
현금흐름 위축의 가장 큰 원인은 4월 있었던 유심 정보 유출 사고에 있다. 후속 조치로 8월 한 달간 통신요금을 50% 감면하면서 매출 차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매월 안정적으로 들어오던 요금 수입이 줄었으니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현금 유동성에 압박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이 기간 당기순이익이 9922억원에서 2780억원으로 82%나 뒷걸음질쳤다.
보통 통신사는 감가상각비 등 비현금 비용이 많은 특성상 이익 감소가 곧바로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올해 SK텔레콤은 상황이 달랐다. 현금 유출을 수반하는 일회성 비용이 늘어 현금흐름표상 유출로 직결됐다.
우선 유심 무상교체 비용, 대리점 보상비용 등이 현금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밖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1348억원의 과징금 역시 10월 말 의결서가 송달된 만큼 4분기 현금흐름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은 의결서 송달일로부터 30일 이내 납부해야 하며 회계상의 비용 인식은 이미 마쳤다.
운전자본 관리를 통해 지출을 방어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SK텔레콤의 3분기 운전자본투자액 규모는 2181억원으로 전년 동기(2196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세부 항목에선 차이가 있었다. 미수금과 선급비 증가 등으로 지출이 늘어난 반면 매입채무 등(미지급비용·계약부채 포함)은 2814억원 늘어 현금유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 단기 방어엔 효과적이어도 장기적 전략으로 보긴 어렵다.
KT의 경우 3사 중 가장 큰 규모인 3조9501억원의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절대적 규모 면에서는 1위를 수성하고 있으나 지난해 동기(4조4000억원)와 비교하면 1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이 47% 점프했는데 정작 곳간에 들어온 현금은 줄어든 셈이다.
현금흐름의 미스매치는 KT가 추진 중인 부동산 개발 사업의 특성 탓으로 보인다. 올해 KT 실적 호조의 공신은 넥스트커넥트PFV 등을 통해 진행된 부동산 프로젝트 분양 수익이다. 하지만 분양대금은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들어오다 보니 수익 인식과 현금 유입간 시차가 생길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미래의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현재의 현금 출혈을 감내하는 모습이다. 3분기 말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조61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944억원) 대비 20.5% 감소했다. 통신 3사 중 가장 적은 규모인 데다 감소 폭 역시 SK텔레콤 다음으로 컸다.
현금흐름 약화의 가장 큰 내부 요인은 올 하반기에 단행된 희망퇴직이다. LG유플러스는 AI 중심의 조직 개편과 인력 효율화를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이에 따른 위로금 등이 3분기 비용으로 집행됐다.
이 비용은 재무제표상 영업비용(인건비)을 증가시켜 영업이익을 직접적으로 갉아먹었고, 퇴직급여 지급에 따라 실제 현금 유출로 이어졌다. 다만, 희망퇴직에 따른 비용 지출은 추후 고정비 감소를 위한 선제적 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건비 절감 효과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전체 인원이 약 1만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6% 정도인 600명이 퇴직했다"며 "그만큼의 비용이 내년에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