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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CJ그룹, 높은 이사회 문턱...낮은 CFO 참여율

④상장사 재무라인 73% 미등기, 기획·전략 등 전문성 중심 인사 강세

박규석 기자  2023-04-11 17:01:1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CJ그룹 상장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사회 참여율이 높지 않다. 지주사인 CJ를 비롯해 핵심 계열사일수록 짙게 나타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계열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그룹 전반을 관통하는 이사회 구성 기조는 기획과 전략, 사업 전문성 등이다. 그룹의 중추를 책임지고 있는 CJ와 CJ제일제당, CJ ENM 등의 경우 수년째 경영전반을 살필 수 있는 인사를 이사회 멤버로 중용하고 있다.

그룹의 재무라인을 거친 인사가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되는 부분 역시 현직 CFO를 이사회에 참여시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회사의 CEO가 사실상 재무전문가인 만큼 현직 CFO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CJ그룹 CFO의 경우 계열사간 이동도 잦아 인사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CFO 11명 중 3명만 '사내이사'

CJ그룹 내 상장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CJ를 포함해 CJ제일제당, CJ ENM, CJ대한통운 등 9곳이다. 이들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분류되며 식품과 물류, 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을 각각의 계열사와 함께 담당하고 있다.

상장사는 9곳이지만 회사의 곳간을 맡아 CFO 역할을 수행하는 인사는 11명이다. CJ와 CJ제일제당이 2명의 CFO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CJ의 경우 강상우 재경실장과 신종환 재무전략실장이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강경석 재무전략실장과 천기성 재무운영실장을 중심으로 한 투톱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CJ그룹의 재무라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인 인사가 적다는 대목이다. 특히 지주사인 CJ를 포함해 그룹 사업의 중추격인 CJ제일제당과 CJ ENM 등의 이사회에서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CFO는 찾아볼 수 없다.

실제 CJ그룹 재무라인은 11명 중 3명만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최석중 CJ프레시웨이 경영지원담당과 최정필 CJ CGV 경영지원담당, 최임재 CJ 바이오사이언스 경영지원총괄 등이다. 다만 CJ그룹의 경영지원총괄이 재무 이외의 업무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재무만을 담당하는 사내이사로 범위를 좁힐 경우 그 수는 2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CJ프레시웨이와 CJ CGV의 공통점은 CFO 역할을 수행하는 임원의 이사회 참여가 단발성 인사가 아니라는 부분이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2018년 허훈 전 경영지원담당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현직인 최석중 경영지원담당까지 이어지고 있다.

CJ CGV 또한 2012년 임상엽 전 CFO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 후 꾸준히 재무전문가를 이사로 중용하고 있다. 2016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약 2년 동안은 CFO가 이사로 선임되지 않았지만 이는 당시 재무수장이 임원급 인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통제보다는 지원...제한적인 계열사 겸직

이사회 참여 여부와 더불어 CFO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는 계열사 겸직 여부다. 대표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감사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계열사 재무 부문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활용한다. 하지만 과다 겸직 등은 계열사 재무라인의 독립성을 저하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CJ그룹의 경우 지주사 또는 모기업 차원에서 계열사의 재무조직을 컨트롤하기보단 각각의 독립성을 인정해주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CFO의 겸직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제보다는 업무 지원의 성향이 강하다.


CJ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2명의 CFO 중 한 명인 신종환 재무전략실장이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의 감사를 맡고 있는 게 전부다. 재무조직 전체로 영역을 넓혀도 곽윤영 재무운영담당과 안승준 재무기획담당이 각각 SG생활안전과 CJ인베스트먼트, CJ라이브시티와 CJ푸드빌의 감사만을 겸직하고 있다.

같은 기간 CJ제일제당 CFO가 겸직을 맡은 곳은 없다. 대신 재무조직의 임원 중 한 명인 송재준 재무운영담당 경영리더만 원지와 CJ피드앤케어, CJ웰케어 등의 감사를 맡고 있다. CJ CGV의 CFO인 최정필 경영지원담당은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다.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는 CJ CGV가 터키법인 인수 등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SPC)법인이다.

모회사 CFO가 계열사의 재무조직에 깊이 관여하는 곳은 CJ ENM이다. CJ ENM CFO인 황득수 경영지원실장이 자회사(54.38%) 스튜디오드래곤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황 경영지원실장이 스튜디오드래곤에서 담당할 업무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회사에서 CFO를 맡고 있는 만큼 자회사의 재무 역량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의 선임은 재무부문의 시너지를 염두한 조치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황 경영지원실장을 이사 후보로 추천했을 당시 "CJ와 CJ제일제당, CJ ENM 등에서 M&A와 재무, 관리 담당 등을 역임하며 경영 전문성을 입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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