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사이클을 단면 하나로 가늠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실적과 현금흐름, 투자규모와 부채 변화를 모아 놓으면 시장이 흘러가는 방향이 보입니다. 더벨 서치앤리서치본부가 KRX300을 기준으로 시장 동향을 측정해봤는데요.
구체적으로 살핀 지표들은 KRX300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활동현금흐름, 무형자산을 제외한 CAPEX, 부채비율, 순조달, 그리고 시가총액 등 일곱개 영역의 데이터입니다. 여기서 상·하위 25개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봤습니다.
◇조선·방산 ‘슈퍼사이클’…한화·현대로템 주도
이중 선순환의 교과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곳이 현대로템이에요. 연초 대비 시총 상승률 2위, 영업이익 증가율 17위, CAPEX 증가율 22위, 부채비율 하락폭 12위. 이렇게 4개 지표에서 동시에 25위 안에 들었습니다. 실적과 투자, 재무, 시장 평가가 완벽하게 맞물린 사례죠. 현재 폴란드 군비청에 대한 납품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다른 국가로 추가 수출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화그룹도 눈에 띕니다. 최근 시가총액 100조원 시대를 열었는데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방산과 조선계열사 덕이 컸습니다. 두 회사 모두 시총이 3배 가까이 점프했거든요. 시총 상승률을 따지면 KRX300 종목 중에서 나란히 7위, 8위입니다. 이밖에도 지주사 한화가 5위, 부품계열사인 한회엔진이 13위, 한화시스템은 21위를 찍었어요. 10대 그룹 중에서 유독 한화의 상승 기류가 돋보이죠.
한화오션 외에도 조선업 전반에서 강력한 이익 개선세가 두드러지는데요.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율1위에 오른 곳이 HD현대미포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9위고요. 삼성중공업의 경우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면서 부채비율 하락률 2위를 기록했습니다. 조선3사가 모두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보여주고 있네요.
◇침체한 2차전지…셀 메이커·소재 동반 부진
잘나가는 조선, 방산과 반대로 2차전지 업종은 굉장히 힘든 모습입니다. 2년 전만해도 주식시장 랠리를 주도했는데 지금은 침체 국면이죠. 대표적으로 엘앤에프를 들 수 있어요. 집계 결과를 보면 부채비율 상승폭이 4위, 매출 감소율 16위, CAPEX 감소율 15위, 시총 하락률은 21위입니다. 영업현금도 적자 전환했고요. 무려 다섯개 지표에서 경고등이 켜진거죠. 다만 하반기에는 테슬라 신모델 효과로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재무적 스트레스는 배터리업계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요. 포스코퓨처엠은 매출과 이익이 같이 둔화하면서 영업현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요. 셀 메이커인 삼성SDI조차 매출이 33% 꺾이고 1조원대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삼성SDI의 영업손실은 상반기 적자전환한 KRX300 기업 중 최고 규모예요. 2차전지산업이 마주친 위기가 생태계 전반의 문제라는 점이 데이터로 드러나고 있죠.
◇'양극화' 바이오, '급부상' K뷰티…성장산업 희비 교차
바이오섹터를 볼까요. 대표적인 성장산업인데 지금 양극화가 두드러집니다. 먼저 SK바이오사이언스는 KRX300 종목 중에서 상반기 매출 증가율 1위를 기록했어요. 작년 상반기보다 545%나 늘었거든요. 여기 말고도 증가율 상위 25개 기업 중에서 9곳이 제약바이오나 헬스케어 업종이었고요.
특히 에이비엘바이오는 바이오업계에서 드물게 실적과 현금유입, 투자 확대를 모두 챙긴 케이스입니다. 매출 점프와 동시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영업현금도 플러스로 돌아섰는데요. 상반기에 작년 같은 기간의 4배를 넘는 CAPEX를 지출하기도 했어요. 당연히 시총이 올랐겠죠. 연초 대비 280% 넘게 치솟았습니다. KRX300 종목 중에서 시총 상승률이 세 번째로 높은 기업입니다.
반대로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고질적인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들도 많았는데요. HLB와 녹십자, 펩트론, 루닛, 메지온. 이런 곳들은 등은 영업현금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찍고 있습니다. 외부 자금에 계속 기대야 한다는 얘기죠. 이중에서도 HLB과 자회사 HLB생명과학은 KRX300 종목 중에서도 손꼽히는 시총 낙폭를 보였습니다. 시총 허락률이 각각 3위와 1위에요. 성장산업인 만큼 옥석 가리기가 계속되는 걸로 보이네요.
새로운 성장 동력의 부상도 관찰됩니다. 요즘 ‘K뷰티’ 성장을 상징하는 기업이죠. 에이피알입니다. 시총 상승률이 1위, 무려 328%를 넘습니다. 연초 1조원대였던 시총이 8조원대로 불었네요.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도 각각 10위, 18위를 기록하면서 성장 스토리를 쓰고 있습니다.
반대로 미디어산업은 활력을 잃고 투자도 위축되는 양상입니다. K-콘텐츠 대표주자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감소율 1위에 올랐는데요. 투자를 삭감해 허리띠를 조여매고 있죠. CAPEX 감소율 4윕니다.
◇2차전지에 쏠린 자금조달…유동성 외부에 의존
현금흐름에서도 산업 지형의 변화를 엿볼 수 있죠.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상반기 나란히 영업현금이 흑자전환했습니다. 반면 현대건설은 3년 연속으로 현금흐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움츠려 있는 건설업황이 고스란히 드러나죠.
자금조달 흐름은 2차전지 쪽에 쏠려 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이 상반기에 6조원 넘게 순조달 했습니다. 자산 대비 순조달 비율로는 비금융사 9위지만 규모만 보면 1윕니다. 에코프로머티와 에코프로비엠, 이수페타시스도 순조달을 확대하고 있고요. 현금이 빠듯한 만큼 외부에서 끌어오고 있는거죠.
이렇게 KRX300 종목들의 현황을 살펴봤는데요. 업종별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움직이는 중인지 잘 보이셨나요? 앞으로도 꾸준히 KRX300 기업들의 현황을 이렇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더벨 고진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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