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에게 대규모 자금을 장기로, 낮은 금리에 조달하는 일은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산업 특성상 막대한 설비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신사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에서 조단위 자금을 끌어 모은다.
다만 회사채 중심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세부적인 조달 전략은 갈리고 있다. SK텔레콤이 시장에서의 직접 조달을 통한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는 반면, LG유플러스는 은행과의 파트너십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KT는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현금을 쌓아 불확실성 방어력을 높였다.
2025년 9월 말 기준 SK텔레콤의 연결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10조8312억원을 기록했다. 수년간 10조~11조원 선에서 관리되는 중이다.
주목할 점은 차입금의 조달 창구에 있다. 만기가 1년을 넘는 장기성 차입금(9조1679억원) 가운데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5000억원뿐이다. 약 1조1200억원의 리스부채를 제외하면, 나머지 7조5449억원이 전부 회사채로 이루어져 있다. 회사채 비중이 82%를 상회한다. 자금 조달을 거의 자본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이 은행보다 채권 시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AAA’라는 초우량 신용등급에 있다. 금리 변동성이 존재하더라도 대규모 자금을 투자자들로부터 싼 이자에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약정을 맺을 필요없이 시장의 유동성을 직접 흡수하는 쪽이 자본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만기 관리도 안정적이다. SK텔레콤이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작년 말 2조9115억원에서 2025년 9월 말 1조6634억원으로 1조원 이상 급감했다. 만기가 도래한 대규모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상환하거나 장기물로 차환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모습이다.
KT 역시 주된 조달 창구가 회사채인 것은 마찬가지다. 9월 말 기준 KT의 총차입금은 11조5878억원, 이중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73%(8조4579억원) 수준이다. 총차입금에서 장기성 차입금(8조7871억원)만 따로 보면 그 76%(6조6981억원)가 회사채로 뼈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비교하면 KT는 금융기관 차입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은행 차입이 확대되고 있다. 2020년 말 1782억원에 불과했던 금융기관 장기차입금(유동성 전환 제외)은 2025년 9월 말 1조3800억원으로 늘었다. 절반 이상은 연결 자회사 몫이지만 전체적으로 5년 새 8배 가까이 점프한 셈이다. 신한은행, 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과의 거래 라인을 넓혀두고 있다.
KT의 또다른 특징은 현금 완충력이다. 9월 말 기준 5조원을 넘는 막대한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총차입금에서 보유 현금을 뺀 순차입금은 6조2956억원으로 총차입금 규모가 더 작은 SK텔레콤(9조1455억원)보다 적다. 대규모 자금 소요가 생겼을 때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유동성 실탄이 넉넉하다고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레버리징이다. 2023년 말 7조3761억원까지 치솟았던 총차입금이 올 9월 말엔 5조8617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재무 건전성을 다지는 국면으로 해석된다.
또 회사채 중심이라는 업계 공통적 기조를 공유하면서도 은행 문턱을 가장 적극적으로 넘고 있다. 9월 말 기준 LG유플러스의 장기성 차입금(4조3709억원) 중 회사채는 3조2221억원, 금융기관 차입금은 1조1487억원이다. 은행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6.3%로 계산된다. SK텔레콤(5.5%)이나 KT(15.7%)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하지만 ‘AAA’인 SK텔레콤이나 KT보다는 낮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시장 금리 변동에 민감한 회사채만 고집하기보다 조건 협의가 가능한 은행 대출을 섞어 조달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이란 평이다.
이 밖에 3사 모두에게서 만기 구조를 길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관찰된다. 전체 총차입금에서 비유동성 차입금 비중을 보면 SK텔레콤이 84.6%로 가장 장기화되어 있었고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75.8%, 74.6%로 대동소이했다. SK텔레콤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