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며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고 나섰다. 저평가 배경에는 낮은 자본효율성과 성장 정체, 소극적인 주주환원,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더벨은 산업계 전반의 저PBR 원인을 분석하고 주요 기업의 대응 전략과 시장의 재평가 가능성을 짚어본다.
롯데하이마트가 같은 업종에서 저평가 기업으로 분류된 상장사 가운데서도 낮은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등했을 때도 순손실은 이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적자가 확대됐다. 가전 판매에서 남긴 이익이 줄면서 비용을 절감하고도 손실을 키웠다.
롯데하이마트는 점포 운영을 효율화하는 동시에 자체 브랜드와 온라인몰을 통해 가전 판매 방식을 바꾸고 있다. 점포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추는 작업과 함께 남은 점포에서 매출을 회복하고 상품 구성을 바꿔 판매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이 같은 사업 재편이 연간 순이익으로 이어질지가 저평가 해소의 관건이다.
◇같은 업종 공표 기업보다 24% 낮아…영업익 반등에도 순손실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저PBR 기업 명단에서 롯데하이마트의 PBR은 0.15배로 집계됐다. 10월 22일을 기준으로 거래소가 산정한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의 15% 수준이라는 뜻이다. 유가증권시장 자유소비재 업종의 하위 25% 기준값인 0.38배와 비교하면 약 40% 수준이다.
저PBR 공표 기업끼리 비교해도 하이마트의 평가 수준은 낮았다. 코스피 자유소비재 공표 기업 18곳의 PBR 단순 평균은 약 0.20배로, 하이마트는 이보다 약 24% 낮아 세원정공과 함께 공동 최저를 기록했다. 같은 명단의 유통기업인 롯데쇼핑과 세이브존I&C는 각각 0.17배였다.
장부상 자본에 견줘 이익이 얼마나 남았는지 보면 저평가 해소 과제가 드러난다. 지난해 하이마트의 영업이익은 17억원에서 96억원으로 늘었지만 연간 순손익은 24억원 적자였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6월 말 자기자본 9087억원에 순손실 24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품을 팔아 남긴 이익부터 줄었다. 상반기 매출은 1조8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 감소했지만 매출총이익은 약 300억원, 8.8% 줄었다. 판관비 절감액은 167억원에 그쳐 영업손실이 6억원에서 139억원으로 확대됐다.
매출이 전년 수준에 근접했던 2분기에도 이익은 회복되지 않았다. 매출은 0.5% 감소했지만 매출총이익률은 31.8%에서 29.4%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05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었다. 매출이 유지되더라도 판매 마진을 회복하지 못하면 점포와 판매 조직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고 남는 이익이 적다는 점을 보여준다.
출처=네이버증권
◇점포 효율화·PB 확대 병행…판매 구조 바꿔 흑자 낼까
롯데하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몰을 전자제품 전문점 단일 사업부문으로 묶어 운영한다. 가전 판매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면 이를 보완할 별도 사업부문이 없다. 점포망을 정비해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남은 매장에서 고객을 유지하고 상품 판매에서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상품 차별화 전략으로는 가성비를 앞세운 자체 브랜드 ‘플럭스(PLUX)’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몰에 자체 브랜드 전문관을 마련하고 화상상담을 도입해 점포에서 제공해온 상담을 온라인 구매 과정에도 연결했다. 점포 재편 이후에도 상담을 바탕으로 가전 판매를 이어가면서 자체 상품의 판매 접점을 넓히는 방식이다.
점포 효율화와 상품 전략은 서로 다른 지표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점포를 줄이는 과정에서도 계속 영업한 점포의 매출이 유지되는지를 보면 판매 기반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상품 전략은 자체 브랜드 판매가 늘어나는 가운데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되고 판관비를 감당할 만큼 매출총이익이 커지는지가 중요하다.
본업의 수익력은 장부에 남은 자산가치와도 연결된다. 6월 말 롯데하이마트가 자산으로 계상한 영업권은 5729억원으로 자기자본의 63%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전 유통 사업이 앞으로 얼마나 꾸준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지는 이 영업권의 회수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도 중요하다.
롯데하이마트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30% 수준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순이익을 기준으로 제시한 환원 방침을 뒷받침하려면 상품 판매에서 남긴 이익이 점포 운영비와 금융비용을 감당하고도 남아야 한다. 점포 재편 이후 기존점 매출과 판매 마진을 회복해 연간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지가 재평가의 첫 시험대로 여겨진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점포 운영비를 줄이는 효과는 일정 수준에서 한계가 있다”며 “점포망을 재편한 뒤에도 기존점 매출이 유지되고 자체 브랜드 확대가 판매 마진 개선으로 이어져야 연간 흑자 전환과 주가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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