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천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사진)은 행내에서 세대교체 대표 주자로 꼽힌다. 정진완 행장 체제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하면서 1970년대생 임원 시대를 열었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인사 적체가 심한 우리은행에서 능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부행장에 취임하며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성 부행장은 부행장 승진과 동시에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꿰차며 행내 엘리트 계보를 이었다. 전임 CFO와 마찬가지로 요직인 인사부와 해외 점포를 거쳤고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행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CFO를 맡았다. 지원 역량 뿐만 아니라 IB 분야에서 영업력까지 입증한 올라운더로 통한다.
◇중간 관리자 때부터 엘리트 코스…'종금단·홍콩·인사부' 섭렵 성 부행장은 1970년생으로 예산고등학교, 서강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 후 우리은행에 입행했다.
그는 중간 관리자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행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똘똘한' 직원만 모아 둔다는 종합금융단에 2004년 과장으로 합류했다. 종합금융단은 IB 영업을 총괄하던 조직으로 금융 지식과 영업력을 겸비한 인력으로 구성됐다. 성 부행장은 종합금융단에서도 성과를 인정받아 2007년 홍콩우리투자은행에 파견됐다. 우리은행에서 IB 전문가로 밟을 수 있는 최고의 코스다.
국내로 복귀할 때는 인사부로 이동했다. 종합금융단과 홍콩우리투자은행이 영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라면 인사부는 지원 분야에서 엘리트 코스로 꼽힌다. 성 부행장은 인사부에서 장기간 재직하며 지원 분야에서도 역량을 입증했다. 이때부터 영업과 지원 업무에 두루 능한 '올라운더'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2015년 프로젝트금융부장, 2023년 프로젝트금융본부장을 역임해 IB는 그와 떼놓을 수 없는 핵심 커리어가 됐다. 최근 우리은행의 IB 영업이 강세였던 배경에 성 부행장의 활약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젝트금융본부장으로 거둔 성과는 본부장 취임 1년 만에 부행장으로 승진하는 발판이 됐다.
그가 맡은 CFO 자리는 엘리트 코스의 정점이다. 전임 CFO였던 유도현 우리금융펀드서비스 대표도 성 부행장과 유사한 코스를 밟았다. 유 대표도 인사부 출신이고 글로벌 금융 허브인 런던에서 근무했다. 본부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행장으로 승진하며 CFO가 된 것도 판박이다.
후배들이 성 부행장의 승진을 반긴다는 후문이다.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1999년 대등합병한 이후 우리은행은 만성적인 인사 적체를 겪었다. 타행 보다 많은 임원 자리를 만들었음에도 연공서열과 양대 계파 안분을 고려해야 해 다소 비효율적인 인사 체계가 만이어졌다. 1968년생인 정 행장이 취임한 데 이어 1970년대생 성 부행장이 임원이 되면서 전면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중요성 한층 커진 자본비율 관리 성 부행장은 최고전략책임자(CSO)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조직 체계에서 CFO와 CSO를 분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독립 경영이 보장되는 한 세부적인 영업 전략은 우리은행 내에서 자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지주와 은행 간 전략 엇박자로 곤란을 겪었다. 지주는 동양생명 인수 등을 고려해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깐깐하게 관리하자는 기조였으나 은행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명목으로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결국 연말 환율 급등 악재에 마주하면서 은행이 KPI와 영업 전략을 긴급하게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성 부행장은 CFO로 지주와 소통에도 유념해야 한다.
자본비율 관리 중요성이 한층 커진 만큼 정 행장을 지척에서 보좌하는 성 부행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자본비율을 비롯한 재무 상황 전반을 고려해 영업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그룹 차원의 RWA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운용 측면에서 성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워져 효율적인 자금 조달을 마련해 실적을 개선하는 것도 성 부행장의 과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성시천 부행장은 인사, IB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성과를 낸 올라운더로 능력만 놓고 보면 당연이 임원이 될 만한 인사"라며 "1970년생으로 다른 승진 후보자들보다 젊은 성 부행장이 발탁돼 정진완 행장이 공언한 성과 중심 인사 원칙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