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유동성은 평균 지급보험금 대비 보유 유동성자산의 비율인 유동성비율로 측정된다.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인 지급여력비율과 비교하면 '유사시 대응능력'을 더욱 잘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국내 보험업계는 제도 변경과 맞물려 유동성비율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해보험업권의 경우 캐롯손보만이 유일하게 지표 개선에 성공했다. 캐롯손보는 손해보험사들 중 유동성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소형사가 유동성비율 강세, 메리츠화재 대형사 최고 순위 THE CFO 집계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2024년 말 유동성비율이 773.64%로 집계돼 국내에서 영업 중인 손해보험사(외국계 재보험사 지점 제외) 19곳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손보(736.58%), 신한EZ손보(736.58%), 악사손보(580.32%), 하나손보(499.75%) 등이 캐롯손보를 뒤따랐다. 지급 보험금의 규모가 작은 소형사들이 대체로 상위권에 포진했다.
반면 지급 보험금 규모가 큰 대형사들은 하위권을 형성했다. 현대해상이 206.91%로 19개 손보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고 DB손보(208.04%), 삼성화재(222.72%), KB손보(235.02%) 등이 차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보 빅5(삼성·DB·현대·KB·메리츠) 중 하나인 메리츠화재는 유동성비율이 464.49%로 6위에 올랐다. 대형사임에도 상위권에 올라 긴급한 보험금 지급요구의 대응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함을 입증했다.
398.65%의 8위 흥국화재에서 240.31%의 15위 NH농협손보에 이르는 중위권에는 중형사들이 포진했다. 전업 보증보험사 SGI서울보증은 266.90%로 11위에 올랐고 전업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254.73%로 12위를 기록했다.
◇18개사 지표 '줄하락'…유일 상승 캐롯손보도 유동성자산은 감소 통상적으로 유동성비율 100%가 유동성 확보 수준이 안정적인 보험사와 그렇지 못한 보험사를 가르는 기준으로 통용된다. 국내 손보사들은 모두 이 기준을 웃도는 만큼 유동성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업계 평균 유동성비율은 2023년 말 547.93%에서 지난해 말 262.88%로 1년 사이 285.05%p 급락했다. 이는 앞서 당국이 잔존만기 3개월 초과 무위험 채권의 유동성자산 인정비율을 기존 100%에서 30%로 축소하는 제도 변경을 실시한 탓이다.
이 기간 유동성비율이 가장 크게 하락한 손보사는 카카오페이손보다. 14485.39%에서 736.58%로 무려 13748.81%p 낮아졌다. 출범 초기 보유계약을 빠르게 불려나가면서 평균 지급보험금 역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EZ손보(-5550.11%p), SGI서울보증(-1098.96%p), MG손보(-836.24%), 하나손보(-802.13%p) 등도 큰 폭의 지표 하락이 나타났다.
지표 하락 폭이 가장 작은 손보사는 -21.25%p의 악사손보다. 코리안리(-38.60%)와 롯데손보(-93.87%)도 유동성비율이 크게 낮아지지 않은 편에 속한다. 빅5의 경우 현대해상이 -217.06%p로 가장 작은 낙폭을, 메리츠화재가 -410.60%p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캐롯손보는 유동성비율이 2023년 말 548.05%에서 작년 말 773.64%로 225.59% 상승했다. 19개 손보사 가운데 유일한 지표 개선사례다. 다만 캐롯손보 역시 유동성자산 보유금액은 2723억원에서 2329억원으로 14.5%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평균 지급보험금이 497억원에서 301억원으로 39.4% 감소한 영향이 더 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