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입장에서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높은 금리와 중·저신용 차주 중심의 대출 구조 탓이다. 다만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신중하게 카드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올 들어 양사의 전략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신한카드는 카드론 잔액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삼성카드는 카드론 확대 기조로 돌아서며 우량 고객층을 적극적으로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카드의 이같은 행보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선두권 카드사, 대손비용률·조달금리서 '우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8곳의 올 1분기 말 기준 평균 실질 연체율은 1.93%로, 전년 동기 대비 0.08%p 상승했다. 이는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실질 연체율은 대환대출을 포함해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비율을 의미한다.
카드사의 연체율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상품은 카드론이다. 카드사는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대응해 수익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카드론 취급을 늘려 왔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중·저신용자의 상환 여력이 악화하면서 카드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악화했다. 카드론은 대부분 중·저신용 차주로 구성된 데다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카드론을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카드론 위험조정이익률 추정치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5.7%, 5.8%다. 카드사 평균치(4.4%)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위험조정이익률은 대출이자율에서 대손비용률과 조달금리를 뺀 수치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연결 기준 대손비용률은 각각 1.8%, 2.3%로 업계 평균치(2.5%) 보다 낮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카드론은 전통적인 대안 수익원이나, 수익성에 독이 되고 있다"며 "최근 경기불황에 따른 카드론의 대손비용률 상승은 전반적인 추세이나, 하위사 위주로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카드사 간 대손비용률 차이를 가른 주요 요인으로 카드론 확대 속도와 차주의 질을 꼽는다. 앞서 카드사는 공격적으로 카드론 자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연체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내줬고, 이에 따라 연체율이 오르고 대손비용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론 이자보다 카드사 대손·조달비용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예전만 하지 않다"며 "반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우량 차주 중심으로 카드론 규모를 확대해 온 결과 카드론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카드론 잔액 올 들어 신한카드 줄고, 삼성카드 늘고
지난 5월 기준 신한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8조3494억원으로 국내 8개 카드사 중 가장 많았다. 일찍이 수수료 이익 외에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덕이다. 다만 카드사 카드론 총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전(22.9%)보다 1.8%p 하락한 21.1%를 기록했다.
특히 올 들어 신한카드가 카드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며 규모를 축소한 영향이 컸다. 올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린 가운데 신한카드는 보수적으로 카드론을 취급했다. 올 1분기 신한카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카드론 취급액은 2조2136억원으로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7% 수준이다.
반면 삼성카드의 지난달 카드론 잔액은 작년 말(6조1791억원)보다 3209억원 증가한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잔액 기준으론 KB국민카드(6조7012억원)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국내 8개 카드사 카드론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5월 16.3%에서 2년새 16.4%로 확대됐다. 시장 추이에 맞춰 카드론 잔액을 확대했다는 얘기다.
삼성카드 한 관계자는 "실수요자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중·저신용 고객에게도 중금리 대출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카드론 잔액이 증가했다"며 "안정적인 리스크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카드론 잔액을 관리하고 있으며, 연체율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두 선두권 카드사의 엇갈린 카드론 전략을 두고 삼성카드의 리스크 관리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고 있다. 근 2년간 삼성카드가 비용 효율 작업과 보수적 영업 기조를 펼쳐 온 만큼 카드론 확대 여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과거 저금리 대규모로 발행한 장기채로 다른 경쟁사 보다 조달금리에 여유가 있다"며 "대출 수요가 몰린 상황 속에 다른 카드사들이 건전성 관리로 카드론 확대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삼성카드는 건전성 지표를 이미 만들어 놨기 때문에 우량 고객 확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