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수주잔고 합계가 감소세로 전환했다. 2021년경 시작된 글로벌 선박시장의 발주 증가세가 올들어 꺾인 탓이다. 한화오션만이 여전히 수주잔고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3사의 합산 수주잔고가 줄어들기는 했어도 당장 눈앞의 실적 감소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3사 모두 3년치 수준의 일감을 보유하고 있으며 야드의 조업도(가동률)는 오히려 1년 전보다 높아졌다.
◇한풀 꺾인 발주 업사이클, 3사 잔고 5% 감소 THE CFO 조사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기준으로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수주잔고 합계는 1332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 감소했다.
글로벌 선박시장은 2010년대 중~후반의 발주 가뭄기를 지나 2021년경 다시 발주 증가의 업사이클에 접어들었다. 국내 3사의 수주잔고 합계는 2020년 3분기 말 726억1000만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335억8000만달러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3분기 누적 326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6143만CGT보다 47% 급감하면서 3사의 수주잔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업계에서는 선박시장의 다운사이클 전환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퍼지고 있다.
3사 수주잔고를 조선사별로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잔고가 지난해 3분기 말 768억3000만달러에서 올 3분기 말 746억2000만달러로 2.9% 줄었다. HD현대중공업의 엔진기계부문, HD현대삼호의 산업설비부문을 제외한 순수 조선·해양사업만의 잔고는 701억2000만달러에서 665억8000만달러로 5%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잔고가 319억달러에서 270억달러로 15.4% 줄어 3사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올해 정식 발주가 예상됐던 부유식 LNG생산설비(FLNG) 등 다수의 해양 프로젝트들이 발주되지 않으며 해양부문의 수주가 목표 43억달러의 18%에 불과한 7억달러에 머무른 탓이 크다.
반면 한화오션은 잔고가 315억6000만달러에서 316억7000만달러로 0.3% 증가하며 3사 중 유일하게 곳간이 더 채워졌다. 한화오션은 2023년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이 추진되면서 영업이 다소 제한돼 수주잔고가 2022년 310억달러에서 2023년 277억7000만달러로 감소한 바 있다. 당시 주춤했던 수주를 지금도 만회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여전히 넉넉한 수주잔고, 3사 가동률 모두 100% 상회 업계 일각에서 선박시장의 다운사이클 전환 가능성을 우려하고는 있으나 아직 조선 3사의 곳간에는 여유가 있다. 3사의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HD한국조선해양이 25억5386억원, 한화오션이 10억7760억원, 삼성중공업이 9억9031억원이며 현 수주잔고는 전년 매출의 3배 수준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2년치 일감의 보유 여부가 조선사 수주잔고의 안정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3사 모두 2021년부터 연간 매출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2년치를 넘어 3년치의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아직은 잔고의 감소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단계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실제 3사의 야드 조업도(가동률)는 여전히 증가세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 1~3분기 가동률이 105.5%로 전년 동기와 같았다. 다만 이는 산하 조선사 3곳의 조선부문만을 합산한 결과이며 산하 조선사별 전체 가동률은 HD현대중공업이 5.3%p, HD현대미포가 3.7%p, HD현대삼호가 8.6%p씩 가동률이 높아졌다.
이는 다른 2사도 마찬가지다. 한화오션은 가동률이 99.8%에서 101.1%로 1.3%p, 삼성중공업은 109.6%에서 112.1%로 2.5%p 높아졌다. 3사가 모두 100%를 웃도는 가동률을 보이고 있어 수주 감소를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물량 소화를 위한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3사 모두 일감이 풍족한 가운데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인해 특수선 신조와 MRO(선박 유지보수) 등 새로운 사업기회도 다가오고 있다"며 "발주 감소에도 불구하고 3사가 해외 조선소 인수나 국내 야드 현대화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라고 말했다.